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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날카로운 '피젯 스피너' 어린이에게도 판매 우려

입력 : 2017-06-23 11:00:00 수정 : 2017-06-25 01: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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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친구들은 2~3개씩 가지고 있어요.”

지난 19일 문모(8)군은 경기도 안양의 대형 할인매장에서 손가락으로 돌리는 장난감 일명 ‘피젯 스피너’를 보고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르면서 이렇게 애원했다.
 
문군의 어머니는 “이게 뭔지 모르겠다”면서도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계산했다. 

문군은 “요즘 학교에서 이게 유행이다”라며 “심심할 때마다 돌리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활짝 웃었다.

피젯 스피너는 ‘꼼지락거리다’는 의미의 피젯(fidget)과 ‘회전장치’를 뜻하는 스피너(spinner)가 합쳐진 단어로,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날개를 돌려 회전시키는 장난감이다. 가운데 축에 있는 베어링이 날개의 무게중심을 잡아줘 회전이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대형마트 직원은 “피젯 스피너가 이달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완구류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며 “초등학생들은 돌렸을 때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는 제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피젯 스피너가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며 “최근 두 학생의 일기를 보니 피젯 스피너에 푹 빠져 있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이처럼 피젯 스피너의 인기는 최근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피젯 스피너 제품들. 이 마트의 직원은 6월 한달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장난감이라 소개했다.


◆ 피젯 스피너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피젯 스피너는 지난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올해 한국에 본격 상륙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피젯 스피너를 처음 고안한 이는 미국 출신 캐서린 해신저(Catherine Hettinger)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서린은 지난 1993년 회전하는 장난감에 대한 특허를 냈지만 당시 일본의 ‘다마고치’에 밀려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년 후 특허권을 갱신하지 않았고, 다양한 업체에서 피젯 스피너의 제작에 뛰어들며 갑자기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되고 있는 피젯 스피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출처=아마존

피젯 스피너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장난감으로 홍보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지적한다.

조선미 아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피젯 스피너가 ADHD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전혀 증명된 바가 없다”며 “집중력은 꾸준히 뇌를 발달시켜야 향상되는 것이지 무언가를 돌리는 행위만으로 개선된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히려 미국 등의 학교에서는 피젯 스피너를 돌리는 행동이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소지를 금지한다. 지난 5월 피젯 스피너 제조업체인 스피너리스트는 미국의 200개 고교 중 63곳이 금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날카로운 날개를 가진 피젯 스피너들.

◆ 자칫 '흉기'가 될 수 있는 피젯 스피너

본래 피젯 스피너는 엄지와 검지로 중심 부분을 잡고 날개를 돌리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피젯 스피너가 유행을 타면서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이를 던져 받거나 손가락이나 사물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려놓고 돌리는 등 각종 묘기가 담긴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피젯 스피너가 자칫 ‘흉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날개 끝이 뾰족한 금속 제품이 있는데, 만약 어린이가 이를 던지고 받는 묘기를 따라한다면 크게 다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유튜버가 날카로운 피젯 스피너를 사과에 던진 영상. 그 결과 사과 속살이 움푹 파였다. 출처=유튜브

실제로 한 유튜버가 표창처럼 생긴 피젯 스피너를 사과를 향해 던져본 결과 그 속살이 한순간에 움푹 파일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만약 사람을 향해 던졌다면 큰 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해보였다. 

이외에도 온라인상에는 송곳이나 면도날이 달린 피젯 스피너를 만들어 직접 상처를 입히는 위험한 영상들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호주에선 어린이가 피젯 스피너로 얼굴을 다치거나 부품을 삼켜 병원으로 실려 간 일이 여러 차례 보도됐다. 

지난 19일 한 지하철 역사에서 판매 중인 피젯 스피너. 날개 끝이 날카로운 모양의 피젯 스피너도 눈에 띄는데, 이런 제품이 어린이에게 판매되는 것은 불법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날개 끝이 날카로운 피젯 스피너가 어린이에게 판매되면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어린이안전특별법에 따라 13세 이하에 판매되는 완구는 국기표원에서 어린이안전법(KC) 인증을 받도록 돼 있지만, 살이 베일 정도의 날카로운 피젯 스피너는 이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거리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어린이용으로 인증받지 않은 제품이 어른이나 아이 구분없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어린이안전법(KC) 인증을 받은 피젯 스피너 13종. 이외의 제품을 어린이에게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출처=국가기술표준원

현재 국내에서 8세 이상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을 받은 피젯 스피너는 13종이다. 이외 제품을 어린이에게 판매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인증을 받은 피젯 스피너  중에도 날개가 뾰족해 보이는 것이 눈에 띄지만, 국기표원 관계자는 "실제품을 보면 끝이 뭉툭해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용 완구는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는지, 아이가 다칠 수 있는지 검사를 하고 있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날카로운 피젯 스피너나 길거리에 판매되는 제품은 KC 인증이 되지 않은 제품일 가능성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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