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이런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루고 있다. 산골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미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인 줄 모른 채, 새끼 때 분양받은 옥자를 가족처럼 돌보며 함께 살아간다. 거대 글로벌 기업 미란도 화학회사는 세계 여러 곳에 슈퍼돼지를 분양해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는다. 영화는 점차 미란도 화학회사의 악행을 드러낸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를 대량으로 사육해 이윤을 남기는 과정에서 끔찍한 동물학대의 현장이 드러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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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숙명여대 교수· 영화평론가 |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면 과연 도덕성을 저버리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일까. 동물실험을 멈추고 건강한 방법으로 화장품을 제조하고, GMO를 생산하지 않고 자연의 원칙에 따라 생산하면 윤리적인 기업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도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윤리의식도 함께 고양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부나방처럼 인류를 파멸시킬 불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닐는지.
‘옥자’의 포스터에는 대형 슈퍼돼지의 등 위에 하늘 위로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 굴뚝이 얹혀 있다. 공장 굴뚝의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환기시키는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의 포스터와 유사해 보인다. 이들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발전시킨 기술에 의해 그 부작용이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삶의 이치를 미리 보아버린 자’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나아갈 미래가 작가들이 환경재난을 미리 보고 경고한 상황으로 펼쳐지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은 모두 같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연과 동물을 타자화시키지 않고, 우리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문득 미자가 옥자와 함께 산골에서 물놀이하던 ‘옥자’ 속 엔딩이 떠오른다. 청량한 산골의 향내가 우리를 감싸는 듯한 그 장면은 우리가 지금 달려가는 곳이 어느 곳인지 극명하게 대비시켜 준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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