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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자연과 공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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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5 21:45:11 수정 : 2017-07-31 14: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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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이면 다 옳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실용주의적 오류’가 판치는 세상이다. 투자 대비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욕심이 점점 무한질주를 하게 한다. 이런 가치관이 여러 분야에 침윤되면서 그늘을 남긴다. 생산량 확대라는 측면에서 유전자조작식품(GMO)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속으로 진군해 들어와 있으며, 인스턴트나 가공 식품을 즐겨 소비하는 우리 생활이 이를 가속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화장품 회사 중 일부는 동물실험을 통해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으니, 우리의 피부를 위해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동물의 피부가 벗겨지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동물실험 화장품을 별다른 거리낌 없이 바르며 살아가고 있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이런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루고 있다. 산골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미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인 줄 모른 채, 새끼 때 분양받은 옥자를 가족처럼 돌보며 함께 살아간다. 거대 글로벌 기업 미란도 화학회사는 세계 여러 곳에 슈퍼돼지를 분양해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는다. 영화는 점차 미란도 화학회사의 악행을 드러낸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를 대량으로 사육해 이윤을 남기는 과정에서 끔찍한 동물학대의 현장이 드러나기도 한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 영화평론가
이 영화는 GMO와 동물학대 문제를 한꺼번에 우리 눈앞에 던져 놓는가 하면, 천혜의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자와 옥자의 생활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란도 패거리와 싸우는 비밀 동물보호단체인 ALF 멤버들의 순수한 활약상도 재미있게 그려진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면 과연 도덕성을 저버리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일까. 동물실험을 멈추고 건강한 방법으로 화장품을 제조하고, GMO를 생산하지 않고 자연의 원칙에 따라 생산하면 윤리적인 기업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도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윤리의식도 함께 고양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부나방처럼 인류를 파멸시킬 불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닐는지.

‘옥자’의 포스터에는 대형 슈퍼돼지의 등 위에 하늘 위로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 굴뚝이 얹혀 있다. 공장 굴뚝의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환기시키는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의 포스터와 유사해 보인다. 이들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발전시킨 기술에 의해 그 부작용이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삶의 이치를 미리 보아버린 자’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나아갈 미래가 작가들이 환경재난을 미리 보고 경고한 상황으로 펼쳐지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은 모두 같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연과 동물을 타자화시키지 않고, 우리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문득 미자가 옥자와 함께 산골에서 물놀이하던 ‘옥자’ 속 엔딩이 떠오른다. 청량한 산골의 향내가 우리를 감싸는 듯한 그 장면은 우리가 지금 달려가는 곳이 어느 곳인지 극명하게 대비시켜 준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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