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베트남 최대응원인파 몰릴 듯
![]() |
25일 베트남의 프랑스와의 조별 2차전을 응원하기 위해 천안종합운동장을 찾은 베트남응원단. |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웬티트엉(34·Nguyen thi thuong)씨는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비록 경기에 졌지만 내 조국 베트남팀이 월드컵에 올라온것 만으로도 영광이고, 우리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고 조국 베트남이 내 가슴에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경기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쓰여졌다.
![]() |
25일 프랑스와의 경기내내 베트남 응원단의 환호와 탄성 응원의 목소리가 불밝힌 경기장을 수놓았다. |
베트남 국기인 붉은 바탕에 커다란 노란 별이 세겨진 티셔츠를 입은 베트남응원단은 코리안드림을 쫓아 한국에 온 베트남 체류자들과 결혼이주여성 가족, 유학생들이 주축이다. 일부는 사상 최초 베트남의 FIFA대회 출전을 기념하며 베트남에서 날라 온 응원단도 섞여 있다. 눈에 띄는 사실 하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상당수 섞여 있었는데 이들은 고려시대 베트남 왕자가 한국으로 건너와 시조가 된 정선이씨와 화산이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베트남응원단은 축구계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22일 오후 5시 E조 예선 개막경기인 프랑스-온두라스 경기에는 관중이 채 2000명도 되지 않았다. 본부석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썰렁한 관람석. 이때만해도 대회를 유치한 천안시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둡고 당혹스러웠다. FIFA관계자들도 흥행실패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전은 개막경기가 끝난 오후 7시경부터 시작됐다. 삼삼오오 붉은색 베트남국기 티셔츠를 입은 관중들이 본부석 맞은편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오후 8시 경기가 시작됐는데도 베트남응원단은 계속해서 줄지어 입장했고 경기시작 19여분 후 본부석 맞은편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 |
22일 경기가 시작됐는데도 산업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경기장으로 줄지어 입장하는 베트남 근로자들. |
베트남 응원단은 전·후반 90분간 쉬지 않고 “베트남 골렌!(Vietnam colen!, 베트남 화이팅!)”, “베트남 보딧!(Vietnam vo dich!, 베트남 최고!)”, “베트남 치엔탕(Vietnam chien thang)”을 외쳤다. 베트남 응원단은 천안종합운동장을 그들의 축제장으로 만들며 초여름 밤하늘을 붉은 함성으로 적셨다.
이날 경기는 베트남의 신체적 열세 조건에도 불구하고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다. 평균 신장이 뉴질랜드보다 15㎝이상 작은 베트남 선수들은 뉴질랜드 보다 훨씬 부지런히 뛰며 근성을 발휘했고 대등한 경기가 펼쳐졌다. 체격에 밀려 베트남 선수들이 넘어지질대는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고 슈팅이 터질때는 골을 넣은 것과 같은 환호와 함성이 이었댜.
![]() |
22일 천안종합운동장 본부석 맞은편을 채워가고 있는 베트남응원단. |
사흘뒤인 25일, 같은 장소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 프랑스와의 2차전에는 1차전처럼 많은 베트남응원단이 모이지는 못했다. 베트남 관중은 산업현장 근로자가 많아 1차전은 오후 8시에 경기가 시작됐기에 일을 마치고도 경기장을 찾을 수 있었으나 오후 5시에 경기가 시작된 이날은 일터에서 방송과 스마트폰을 통해 경기를 접해야 했다.
그러나 운동장에 모인 3000여명의 베트남응원단은 1차전 응원과는 더욱 진화된 모습을 보이며 경기장을 달궜다. 아무런 조직이 없는데도 대형베트남 국기를 관중석에서 펼치는 장면을 연출했고 각종 플래카드와 의상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
베트남응원단은 페이스페인팅, 머리띠 등 다양한 소품으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
베트남체류자들과 함께 천안종합운동장을 찾은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 박철호(61)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이번 20이하 월드컵 베트남 경기 단체응원을 통해 베트남 체류자나 교민들이 서로 위안받고 격려하며 한국에서 더욱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전환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