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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北 화끈하게 핵·미사일 동결 땐 한·미군사훈련 잠정중단 검토 가능"

입력 : 2017-05-24 03:00:00 수정 : 2017-05-24 10: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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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인터뷰] 우리 네트워크 있는데 제3자 정상회담 중재 옳지 않아 / 특보는 보좌하는 곁가지… 대통령에 직보하는 일 없을 것 /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美와 충분히 협의하면 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3일 세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에서는 국민과의 소통 속에서 여야, 보혁 합의를 통해 지속할 수 있는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정부가 대북 정책을 만들 때는 가급적 국민 전체의 뜻(을 수렴해) 국민적 합의(안)를 마련해 차기 정부도 쉽게 폐기할 수 없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려면) 중요한 게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깜짝쇼가 아니라 충분히 야당에 가서 설명하고 이게 전통이 되면 그런 문제(대북 정책)로 여야가 싸우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3자의 남북정상회담 중재 가능성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 네트워크가 있는데 왜 제3자를 통해서 하느냐”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에 서훈 국가정보원장(후보자) 등 남북대화를 해본 사람이 많아서 얼마든지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가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상윤 기자
문 특보는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역할에 대해 “문재인정부에서 5년간 통일외교안보 관련 중장기계획 같은 것을 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국제적 네트워크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문재인정부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의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곁가지론’을 내세우며 “(특보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자리가 아니고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보는 사실상 곁가지이고 공식 라인을 제치고 대통령에 직보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신뢰를 쌓아온 국제정치학자로,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 캠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좌장 역할을 맡아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 설정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21일 문 특보 인선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이미 능력과 권위를 인정받고 계신 두 분이 참여함에 따라서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의 실마리가 풀려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특보와의 인터뷰는 이날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재단 사무실에서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역할이 뭔가.

“그건 참 인터뷰(답변) 하기가 곤란한 게 나는 통보는 왔지(만), 그것만 알지, 내 역할이 뭐고 이런 건 한 번도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

―특보 임명 이후 대통령과 전화통화는 했나.

“안했다.”


―홍석현 특보는 전화도 못 받았다고 불쾌한 것처럼 보도됐다.

“나는 정확하게 특보로 일해 달란 요청이 왔고 수락했지만, 특보가 어떤 자리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른다. 개인적으로 희망하는 바는 대통령 자문에 응하는 자리니까 그 과정에서 자연히 (국가)안보실 자문에도 응할 수 있다. 특보가 현안 자문에 응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 거다. 통일외교안보와 관련해서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대통령께 건의할 수는 있을 것이다. 구체적 미션을 받은 것은 없고 중장기계획, 국제적 네트워크 형성,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의 국내외 홍보 역할을 하면서 시민들의 통일외교에 대한 의견을 톱다운식이 아니고 상향식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통로 역할로 정의하고 있다.”

―안보실보다 문 특보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국정운영은 공식 라인이 제일 중요한 것이고 우리는 사실상 곁가지다. 곁가지에서 도움을 주고 보좌하는 것이지 우리가 공식 라인을 제치고 대통령에 직보하거나 그런 것들은 아마 없을 거다.”

―외교관 출신을 안보실장에 기용한 의미를 어떻게 보나.

“정의용 실장은 외교관 출신이라서라기보다는 국회의원도 하고 정치적 경험도 있는 경륜 있으신 분이다. 그분이 조정능력을 충분히 가지셨고 안보실장이란 게 정책을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부처 간 다양한 정책을 잘 조율하고 대통령을 돕는 자리니까 정 실장은 상당히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홍 특보와의 역할 분담은.


“그건 전혀 없다. (임명 이후) 만나본 적이 없다.”

―통일외교안보특보 명칭에서 통일을 맨 앞에 둔 이유는 뭔가.

“대통령이 평소에도 이야기하셨는데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미 관계나 한·중 관계도 우리가 쉽게 다룰 수가 있다. 남북관계에 어떤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면 한·미, 한·중 관계도 더불어 조율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 그래서 (명칭이) 그렇게 나온 거 아닌가.”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미국의 압박 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뭐, 뭐 때문에 안 하다 보면 자꾸 대화를 안 하게 되고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덫에 빠지게 된다. 그런 건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한·미 공조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건 미국과 협의하면 된다. 과거 정부는 오히려 미국에 제재 압박을 가해 달라고 사정을 했던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었지만 지금 정부는 객관적으로, 균형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서 미국도 납득할 방안을 가져가면 된다.”


―제재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당연히 (대화) 해야 한다. 우리가 현안이 많다. 미·북 간에는 핵·미사일 현안만 있지만 우리는 서해, 이산가족부터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남북관계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역할은 있나.

“안보실장이 있는데 안보실장이 해야 한다. 임 실장도 자문에 응하고 의견을 개진할 순 있겠지만 실제적인 정책 집행은 안보실에서 하는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존치되나.


“그건 아직 모른다. 그건(존폐 여부 전망은) 너무 앞서가는 거다. 존폐 여부는 결정 안 됐다.”

―문 대통령 임기 5년 중 북한 비핵화의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인가.

“핵동결하고, 핵 시설·물질에 대한 검증가능한 폐기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북한의) 미사일 전력 증강을 유예시키는 것만 해도 문재인정부의 큰 성과가 될 것이다. 검증가능한 핵무기 폐기라고 하는 것은 출구의 마지막 단계인데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에만 요구하지 말고 우리도 뭘 해줄 것인가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한·미 연합군사훈련 같은 것도 잠정중단해야 하고…. 북한이 화끈하게 검증가능한 동결로 나온다면 우리도 잠정중단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쪽의 카드를 너무 경직하게 설정하면 안 되고 유연성 있게 해야지.”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하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렇게 (생각) 하면 협상을 못한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가진 핵무기를 쓰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둘째로 중요한 게 더 만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우리가 꿈꾸는 것은 검증가능하게 모든 핵시설, 핵무기, 핵물질을 전부 없애는 것이다. 그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많이 놓쳤으니까. 북한 탓만 할 게 아니다. 내가 2002년부터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는 걸 계속 말했다. 근데 사람들이 북한 보고 시간은 너희 편이 아니라고 말을 했다.”

―대북 정책의 일관성을 갖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나.

“보수·진보가 합의하에 지속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적 여론이 형성되면, 차기 정부에서도 쉽게 폐기할 수 없게끔 하는 것이다.”

김민서·김예진 기자 spice7@segye.com

文특보 프로필 ●제주(66) △제주 오현고 ●연세대 철학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 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한반도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재단 이사(현) ●연세대 명예특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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