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 지음/인물과사상사/1만9000원 |
최근 서점가와 방송가 등에서는 때아닌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인문학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마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학과는 축소되고, 취업이 어려운 인문계열 기피현상은 심화되는 추세다.
신간 ‘인문학의 거짓말’은 인문학의 대중적인 유행 속에서 빈곤해지는 인문학의 풍토를 살펴본다.
저자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법학자인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최근의 인문학 열풍을 ‘상업적인 것’이라고 비판한다. 상업화된 가짜 인문학은 세상을 바로잡는 비판정신이 결여된 채 입시나 취업, 교양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소외된 현대인은 인문학을 자기만족적 위안의 수단으로 여기기도 한다. 저자는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비판하고 바로잡기 위한 자기표현 가치의 증대를 위해 인문이 필요한 것”이라며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입시논술이나 취업준비, CEO 조찬 교양이나 유한부인의 명품교양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짜 인문학이 성업 중인 세상에서는 민주주의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실상은 독재와 오랜 유교사상에 길들여져 반민주주의적인 타율적 통치사고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화와 함께 유입된 서양 중심의 역사관을 여과 없이 수용하고 있다.
인문의 핵심은 물질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정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실천이다. 저자는 진정한 인문학을 위해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구와 강대국, 백인 중심의 전통적인 인문학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비판적인 독서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한국은 인문의 빈곤국이다. 인문의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거로 상징되는 사회적 지위나 경쟁에 집착하지 말고, 내면의 인문을 추구해야 한다. 인문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자유로운 인간들이 자치하는 사회를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추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민주주의자를 기르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문학으로, 역사로, 철학으로, 예술로 말하는 인문학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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