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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1인자 알파고… 한·중·일 AI 대항마는?

입력 : 2017-05-25 09:00:00 수정 : 2017-05-24 22: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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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 바둑의 판도는 인공지능(AI)이 제패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바둑 최고수를 두고 AI 간 격돌하는 상상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Alpha Go)는 한국의 정상급 프로 기사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제압한 데 이어 올해는 세계 1위인 커제 9단(중국)의 도전을 받아들여 지난 23일 손쉽게 첫승을 따냈다. 

세계 바둑계를 휘어잡는 한·중을 대표하는 인간계 최고수 모두 알파고 앞에서는 제대로 힘조차 못 쓰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3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대결을 펼치고 있다. 중계화면 캡처

바둑을 매개로 AI와 인간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 덕분에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는데, 앞으로는 AI 최고수 간 대전에 열광할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서깊은 바둑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중·일이 앞다퉈 알파고에 대항할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AI 왜 바둑에 매달릴까

바둑의 수는 무한에 가깝다. 수를 두는 상대방의 결정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딥러닝(Deep learning·심층학습)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황을 파악해 판단하는 AI의 성능을 확인하기에는 안성맞춤인 테스트 베드로 떠올랐다. 

게다가 바둑은 규칙도 간단한 편이어서 여러 정보기술(IT) 개발사들이 바둑 프로그램을 통해 AI를 시험하고 있다.

한중일의 바둑 AI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IT 기업 대표주자인 텐센트의 '줴이', 일본 소프트웨어 업체 드왕고와 도쿄대, 일본기원이 공동 개발한 '딥젠고'가 다소 앞서가는 가운데  한국은 지난 2012년부터 돌바람 네트워크의 임재범 대표가 개발해온 ‘돌바람’이 그간 대표 AI 기사로 활약했다. 카카오도 지난 12일 한국기원과 함께 한국형 알파고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위부터 중국의 바둑 인공지능 '줴이'의 개발사 텐센트 인공지능(AI)랩, 일본의 바둑 AI  '딥젠고', 한국 '카카오'의 각각 로고.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 1위 중국의 '줴이'

전문가들은 알파고 다음 가장 강력한 AI로 하나같이 줴이를 꼽는다. 줴이는 지난 3월19일 ‘UEC배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일본의 딥젠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해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했다. 이 경기에서 줴이는 전승을 달리며 그간 AI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텐센트의 저력을 알렸다. 구글의 알파고는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줴이는 비교적 최근 완성됐다.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결이 한창이던 작년 3월 텐센트는 바둑 AI 프로젝트의 전담 연구팀을 꾸렸다. 당시 텐센트가 신설한 AI 연구소는 50여명의 전문가와 200여명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줴이는 그간 텐센트가 만든 바둑 대국 사이트인 '예후바둑'에서 기량을 닦으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싱텐'과  줴이 등 여러 아이디로 인간 바둑 기사들과 대국을 벌이는 등 시험연구를 거듭했다. UEC배 컴퓨터 바둑대회에선 '파인아트'(FineArt)라는 아이디로 출전했다.

줴이는 아울러 한국의 바둑 랭킹 1위 박정환 9단을 5승1패로 꺾고 커제에게도 1승1패를 거두는 등 세계 상위권 기사들을 상대로 70%가 넘는 승률을 보이고 있다. 바둑계가 만들어진 지 고작 1년이 지난 줴이를 알파고 다음 최고수로 주목하는 배경이다.

◆내공은 약하지만 저사양 자랑하는 일본의 딥젠고

딥젠고는 기존 일본의 바둑 프로그램 '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젠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 변신을 꾀했다. 그러다 보니 일단 프로그램 자체는 저사양이다. 알파고는 중앙처리장치(CPU) 1920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280개를 쓰지만 딥젠고는 각각 2개와 4개가 고작이다.

프로그램 자체가 저사양이라 그런지 성적도 알파고와 줴이에 뒤처진다. 딥젠고는 지난해 11월 재일교포 조치훈 9단에 2대 1로 패했고, 지난 3월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줴이에게 전패했다. 인터넷 대국의 승률은 80%대에 달한다고 전해지지만, 전문가들은 프로 기사와 대결할 경기력으로는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딥젠고는 지난 3월 AI 중 처음으로 일반 바둑대회에 출전했다. 오사카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에 도전했는데, 최초로 사람과 AI가 함께 출전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세계바둑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한국의 박정환 9단, 중국의 미위팅 9단,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 딥젠고가 돌아가면서 대국한 뒤 가장 많이 승리한 기사를 가렸는데, 딥젠고는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던지며 1승3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거머쥐었고 바둑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이야마 9단을 상대로 유일한 승리를 거뒀다.

김남주 카카오브레인 연구 총괄(왼쪽)과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딥러닝(심층학습) 오픈 리서치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인공지능(AI) 연구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카카오 제공

◆한국은 새로운 도전 중

한국에는 2012년부터 개발해온 AI ‘돌바람’이 있다. 돌바람은 2015년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같은해 미림합배 세계 컴퓨터 바둑 토너먼트에서 우승해 명성을 날렸지만 지난 3월 대회에서는 9위에 그치며 한계를 드러냈다.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AI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이다.

이에 카카오가 지난 12일 AI 기반 바둑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의 AI 기술 연구를 위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한국기원과 손잡고 ‘한국형 알파고’를 향한 야심 찬 행보를 내디뎠다. 특히 AI 기술 연구를 위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접 뛰기로 해 관심을 받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전문 AI 인력을 투입해 ‘알파고’에 가까운 AI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연구 결과를 국내외 AI 연구자들과 공유하는 오픈리서치를 통해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연구 활동에 필요한 각종 기술정보도 시장에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기원은 협력관계에 있는 인터넷 바둑업체와 공동으로 AI 연구 활동에 협조하며, 소속 바둑 전문 인력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카카오브레인과 협력은 지난해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바둑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기원과 카카오브레인이 함께 제공할 오픈 플랫폼을 통해 바둑계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다양한 AI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중일 간 바둑 인공지능 순위는 중국과 일본, 한국 순이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바둑 AI 삼국지에서 한국이 얼마나 큰 발전을 보일지 ‘한국형 알파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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