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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사교육은 아동발달 부정적 영향… 되레 뇌기능 손상

입력 : 2017-05-07 20:38:03 수정 : 2017-05-07 23: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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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술술] 영유아 자녀 올바른 학습법 / 관계의 어려움·미성숙·불안 등 초래 / 4∼6세엔 예절·인성중심 교육 바람직 / 7세 지나 본격적 언어교육 시작해야 /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최고의 양육법
여섯살 나불행(가명)군은 두살 때부터 소위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전뇌영재교육을 받았다. 다섯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말을 거의 안하는 등 위축·불안 증상이 심해 상담센터를 찾았다. 아이는 상담 중 역할놀이에서 “너 너 너 공부 안 해? 계속 숫자만 쓸 거야? 그거 엄마가 찢어버린다! 빨리 선생님 도망가야죠. 저기 숨어요”라며 그간 느꼈던 고통과 스트레스를 표현했다. 아이 어머니는 “유치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아이 모습을 봤는데, 우리 아이 모습이 정말, 정말로 불행해 보였어요. 계속 불행한 기분으로 유치원을 억지로 다닌 거잖아요. 이 어린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참, 엄마가 엄마도 아니네요”라고 울먹였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최근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에 소개된 조기·과다 사교육에 따른 피해 어린이 사례다. 연구소가 지난해 서울·경기·충남 상담센터를 찾은 유아·초등학생 124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했더니 ‘관계의 어려움’(13.5%)과 ‘사회적 미성숙’(11.0%), 불안(9.8%), ‘감정조절의 어려움’(9.3%), 주의산만(9.1%), 공격성(6.8%), 위축(6.4%), 무기력(6.0), 분노(5.0%), 우울(4.8%) 등의 순이었다.

◆과다한 조기교육은 아이 발달에 악영향

이들 어린이의 75.7%는 사교육을 취학 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55.6%는 영어와 수학, 운동, 학습지 등을 6개 이상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취학전 영유아(32명)가 받은 사교육 종류는 영어가 16.6%로 가장 많았고 악기(11.3%), 창의성(9.9%), 학습지(9.3%), 수학(9.3%), 미술(6.6%) 등의 순이었다.

취학전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열등감, 불안감에 대한 보상심리’(28.1%), 성취욕구(18.8%), ‘자녀 성취를 통한 대리만족’(12.5%), ‘맞벌이에 대한 죄책감’(12.5%) 등이었다. 주목할 점은 부모의 양육태도가 ‘애정-통제’형일수록 사교육을 많이 시켰다는 것이다. 애정-통제형으로 분류된 부모는 124명 중 60명이었는데, 이들의 68.3%가 6개 이상의 사교육을 시켰다.

영유아기 과다한 사교육은 아동 발달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언어교육을 무리하게 시킨다든지, 책만 많이 보게 한다든지, 카드학습을 지속적으로 시키는 등의 일방적이고 편중된 학습방법은 아이 발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유헌 가천대뇌과학연구원 원장(전 서울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뇌는 연령대마다 발달하는 영역이 다르다. 뇌 발달 시기에 맞는 적절한 자극은 뇌 기능의 발달을 돕지만, 과도하고 장기적인 자극은 오히려 뇌 기능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0∼3세는 뇌의 모든 부위가 골고루 발달하는 시기로, 정서 발달을 중심으로 오감 자극을 통한 전반적인 두뇌 발달을 꾀해야 하는 때다. 4∼6세의 경우 전두엽(종합적 사고능력과 인간성, 도덕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이, 7∼12세는 측두엽·두정엽(언어·수학·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부위)이 보다 빠르게 발달한다. 뇌 발달 차원에서는 4∼6세엔 예절 및 인성 중심의 교육을, 7세가 지나야 본격적인 언어교육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너무 이른 나이에 영어와 수학 등 사교육을 시키면 단기적 학습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아이는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고 정서·사회·행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만 6세 이전에는 가급적 재미있고 편안한 놀이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영유아기 최고 교육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

서 원장은 “영유아기는 모든 뇌가 골고루 왕성하게 발달하므로 어느 한쪽으로 편중된 학습은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 취학 전에 영어나 중국어, 수학과 같은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전선은 엉성한데 과도한 전류가 흐르게 되면 과부하가 걸리는 것처럼 과잉학습장애증후군이나 우울증, 애착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영유아 사교육 실태조사’를 주도한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같은 생각이다. 김 연구위원은 “자녀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모른 채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와 불안한 마음에 자녀를 여러 학원에 돌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사교육에 집중하게 되면 아동의 정서·사회성 발달을 저해하게 되고 이는 또래관계의 외현화문제를 발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이원영 중앙대 교수(유아교육)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최고의 양육법이라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맞벌이의 경우 ‘엄마아빠 사무실 가서 일하고 올게’ 같은 말로 아이들에게 헤어짐을 이해시켜야 불안해하지 않는다”며 “출근 중에도 자주 전화로 목소리라도 들려줘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강의 서울대 의대 교수(신경정신과)는 부모-자녀 간 애착관계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애착관계는 아이가 태어나서 자신을 돌보는 사람과 맺게 되는 강력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말한다. 영유아기 모든 발달은 이러한 애착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홍 교수는 “부모와 자녀의 좋은 애착, 안전한 애착은 영유아의 놀이와 탐색행동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움의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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