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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韓 부모 소득격차, 자녀 교육격차로 이어진다

입력 : 2017-05-06 05:00:00 수정 : 2017-05-05 09: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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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계급 상승의 주요 통로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소득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인한 교육 기회 불평등과 같은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계층 이동 사다리가 거의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사교육은 개개인 가정의 불안과 욕망이 크게 작용합니다. 또 최근 취업난이 심각해진 가운데 학벌에 집착하는 이들이 더욱 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온갖 모순점들이 얽히고 섥혀있는 교육 불평등은 이제 한 개인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이에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 역시 실효성이 낮다는 분석입니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참여율이 높았으나, 최근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주역은 바로 교육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교육 시스템이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바뀌면서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어려워진 것입니다.
최근 학교 공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사교육이 학생들의 실력과 성적을 가르는 수단이 되었고, 부모의 소득격차가 자녀들의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비 부진의 주범은 사교육비라는 분석이 나왔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입시 전형 탓에 한시간에 수십만원짜리 입시컨설팅을 받고, 내신 관리와 수능 고득점을 위해 과목당 수십만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자녀 교육비에 매달 수백만원을 지출하고 나면 다른 곳에 돈을 쓸 여력이 사라지게 된다.

6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도시 근로자가구(2인 이상)는 한 달 평균 학원·보습교육에 22만6576원을 지출했다.

1년 전 2015년 3분기(21만4492원) 대비 6% 정도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이 같은 기간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증가율(1%)의 6배에 이른다. 아울러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증가율(1%)의 6배이기도 하다.

◆학부모들 "전체 소득 줄었어도 자식 위해 교육비 그대로 유지"

주부 박모(49)씨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의 학원비로 매달 국어 20만원, 수학 30만원 등 100만원이 들어갔다"며 "둘째 아이 학원비까지 합치면 한달에 200만~300만원이 학원비로 나간다. 소득 대부분을 사교육비에 쏟아붓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52)씨도 자녀들의 사교육비 지출 때문에 월 생활비 100만원 정도를 매달 은행으로부터 대출까지 받는 실정이다. 김씨는 "다른 집 애들은 다 학원에 다니는데 우리 아이들만 안 보내면 불안해 빚을 내서라도 학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게 부모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학원·보습 교육비 지출이 소득 증가에 비해 월등히 빨리 늘면서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학원·보습 교육비 등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도 5.4%에서 5.7%로 높아졌다.

소득 증감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탄력적으로 늘거나 줄지 않는 우리나라 사교육비 추세는 다른 주요 소비품목과의 비교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교육비 지출이 6% 늘어나는 동안 식료품·비주류음료(-4%), 주류·담배(-1%), 보건(-8%), 통신(-3%), 오락·문화(-1%) 등의 소비는 오히려 일제히 줄었다.

◆대출 받아 자녀 학원비 충당하는 가정도

다시 말해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가계가 먹는 것, 입는 것, 휴대전화 요금, 술·담배, 유흥 등 다른 소비품목에서는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나 자녀나 가족의 입시·취업을 위한 사교육비 씀씀이는 더 늘렸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교육비는 식비, 주거비 다음으로 가계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저소득층도 자식들을 교육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부담 되더라도 학원비 지출을 줄이기 힘든 상황에서 학원비 부담이 늘면 체감 물가 상승 폭은 더 클 것이라고 말한다.

◆높은 사교육비 지출, 복잡한 대학입시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와

이같은 사교육비 지출이 복잡한 대학입시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빈부 세습과 소비 위축을 초래해 사회,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는 분석이다.

학부모들은 수시전형에서는 내신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특정 학교 출제경향 등까지 분석해 '맞춤형' 수업을 하는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내신뿐만 아니라 수능도 챙겨야 하는 실정. 수시 모집을 통해 대학에 가려면 수능 최저등급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신 준비도, 수능 준비도 모두 학원에서 해결하다 보니 빚까지 내가며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가정이 속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학교 내외 각종 경진대회 수상과 과제 제출 등 이른바 비(非)교과 부문에서 점수를 얻는 것도 수시 모집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부문의 학원비 부담까지 더해진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자녀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인데, 지금 입시 구조에서는 공부 잘 하는 상위권 학생들만 성공할 수 있어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시키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 함께 사교육 시장 과열에 따른 빈부 사회계급 세습, 체감 물가 상승 등의 폐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득수준 높은 동네에 양질의 학원 몰릴 수 밖에 없어

경제력을 갖춘 학부모가 사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소득수준이 높은 동네에 양질의 학원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지역에서 값 비싸고 질 높은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는 동안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즉,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다른 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교육비는 식비, 주거비 다음으로 가계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저소득층도 자식들을 교육하려는 욕구가 있어 부담돼도 학원비 지출을 줄이기 힘든 상태에서 학원비 부담이 늘면 체감 물가 상승 폭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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