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초대석] “아이디어가 혁신의 출발점… 대량 수송 2층 KTX 개발 중”

관련이슈 세계초대석

입력 : 2017-05-02 18:49:37 수정 : 2017-05-02 22:07: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취임 1년’ 홍순만 코레일 사장 “코레일이 빠르고 다이내믹해졌다. 직원들이 자신감을 찾고 스스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혁신한다. 섬뜩할 정도로 빠르게 의사 결정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만난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지난 1년간의 코레일 변화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취임 1년(10일)을 맞아 세계일보와 만난 홍 사장은 환골탈태 중인 코레일의 현재와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홍 사장은 부족한 좌석 확보를 위한 KTX 개조, 장대 화물열차 투입을 통한 물류 혁신 등의 계획을 내놨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지난달 28일 코레일 서울본부 집무실에서 취임 2년차에 추진할 혁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홍 사장 집무실에서 확인됐다. 서울 중구 청파로 서울본부에 있는 홍 사장의 서울 집무실 옆 칸은 IT경영실을 들이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 옆은 디자인센터다. 벽이 없이 마련된 공간에 마련된 두 조직은 홍 사장이 미래 먹거리 창출과 코레일 체질개선을 위해 신경 써 만든 조직이다.

집무실 옆 접견실에 있던 소파도 없어졌다. 큰 소파가 차지하고 있던 위압적인 공간은 긴 책상을 ‘ㅁ’자 모양으로 이어 붙인 간소한 회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건너편에 앉은 이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깝게 책상이 마주한다. 이곳에서 홍 사장은 하루 대여섯 차례 담당 직원까지 참석하는 회의를 연다. 회의가 없을 때엔 직원들이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직접 홍 사장에게 보고하고 의견을 낸다. 의례적인 월례조회는 취임하자마자 없애버렸다. 대신 매달 직원 아이디어 발표회를 연다. 집무실 안도 홍 사장의 책상 하나와 역시 회의가 가능한 좁고 긴 테이블만 배치됐다. 장식을 위한 책장 하나 없는 그야말로 일과 토론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책상 맞은편 벽에는 코레일 열차의 좌석 판매 현황과 부채 등이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대형 모니터가 걸려 있다.‘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지난 1년 내내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코레일을 세계 최고의 종합교통기업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숨가쁘게 달린 홍 사장의 의지가 느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느낀 소회는.

“1년간 가장 중점을 둔 건 현장의 작은 아이디어가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전 직원과 공유하는 거였다. 전국 현장에서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철도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주말에 차표 구하기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송력 강화 방안은.

“해답은 대량 수송이다. 2층 열차를 도입하고 1층은 일반 메트로처럼 구조를 꾸려 혁신적으로 수용량을 늘려야만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고 동시에 요금까지 낮출 수 있다. 일단 이런 목표 아래 기존 KTX보다 최대 1.7배 수송량이 많은 2층 열차를 현재 개발 중이다. 또 좌석 수가 기존 열차 대비 50% 많은 동력분산식 차세대 고속열차 16량을 2021년까지 도입할 것이다. 최근엔 KTX-산천 스낵카 공간을 개조해 좌석 12석을 추가했다. 또 연말까지 KTX 특실 1량(35석)을 55석짜리 일반석으로 개조해 전체 KTX의 일평균 좌석 공급량 3137석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조를 통해 연말까지 10량짜리 KTX 3대 이상이 새로 투입되는 효과가 나는 것이다.”

―물류 사업은 계속 적자인데.

“물류 사업은 사실 파업 등 변수 없이도 항상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부문에서 원래 철도는 대량수송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수익성을 낼 수 있을 정도의 대량수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아 운송 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적 기준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대량화를 이뤄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 고효율·대용량 운송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지난 3월부터 속력을 기존 시속 90㎞에서 시속 120㎞까지 올리고 열차도 기존 30량에서 40량까지 늘린 고속 장대 화물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연말까지 100량까지 늘려볼 생각이다. 최근 유선으로 긴 화물칸을 나눠 끌 기관차를 연결해 컨드롤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무선으로 전환해 5월에 시연할 예정이다. 또 최근엔 컨테이너 수송 효율을 2배로 늘린 고용량 2단 적재화차(K-DST) 개발에 성공해 연내 도입 예정이다. 

―‘디자인 경영’은 어떻게 구현되나.

“디자인 전담 조직 디자인센터를 만들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재임 시에도 디자인실을 운영한 바 있다. 어떤 분야든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게 신념이다. 기존엔 역사나 열차 디자인을 외부 위탁해서 처리하다보니깐 소비자들이 볼 때 들쭉날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디자인센터가 해당 부문에선 주도권을 쥐고 있어 일관된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철도 이용 만족도를 높아진다.”

―연말부터 한·불 고속철도기술세미나도 연다고.

“프랑스 철도공사 SNCF 기욤 페피 사장을 만났는데, 원래는 의례적인 행사로 마련된 자리였다. 그런데 대화 중 코레일이 차량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정비고에서가 아닌 운행 중 정비를 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말하니 페피 사장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쪽에선 SNCF가 2007년부터 2층 고속열차만 도입해온 점에 관심이 많았다. SNCF는 전체 고속열차 중 절반 정도인 200편성이 2층 열차다. 코레일도 올해 2층 고속열차 시험 성공을 목표로 로템, 철도기술연구원과 공동연구하고 있다. 거기다 우리가 계획 중인 2층 열차는 1층을 메트로처럼 만들어 수용인원이 1200명 정도 되는 SNCF보다 훨씬 많은 2000명 수용 가능성을 시험 중이라고 설명하니 페피 사장이 얼굴이 확 바뀌면서 기술 교류를 제안했다.”

―취임 당시 안전을 강조한 바 있다. 그간 거둔 성과가 있다면.

“안전 최우선 경영을 모토로 해 안전을 총괄하는 안전혁신본부를 사장 직속으로 격상하기도 했다. 그건 바로 안전을 모든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제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게 말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 가장 신경 쓴 게, 어떤 사고가 나면 그 사고 원인을 끈질기게 찾아내 완전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다. 같은 사고라도 그 원인은 다 다를 수 있다. 지난해 경북 김천에서 우리 직원이 안타깝게 사고를 당했는데, 당시에도 거듭 회의를 해서 야간 작업 시 기존 야광 작업복을 LED 장치를 부착한 옷으로 바꾸는 등 조치를 했다. 같은 사고는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게 저의 원칙이다.”
코레일 홍순만 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코레일서울본부 집무실에서 실시간 운송수익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새로 도입했던 ‘콘퍼런스 콜’ 제도도 같은 맥락인가.

“맞다. 이전까지 완전하게 대응책을 숙지했던 기관사도 막상 장애를 맞닥뜨리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는 사고를 기관사 개인의 미숙으로만 치부했는데, 이걸 시스템으로 방지해보자는 차원에서 내놓은 게 콘퍼런스 콜 제도다. 관제실에 베테랑 기관사가 대기하면서 장애 발생 시 탑승 기관사에게 조언한다. 이 모든 게 특정 사고를 통상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지 않고, 구조적으로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은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양한 철도 연계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교통서비스 축이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교통수단 간 경계가 사라지고 고객이 편한 방향으로 융합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운행 중인 사당∼광명 간 KTX셔틀버스는 승객이 개통 대비 2배 증가해 하루 최대 2000명 넘게 타고 있다. 하반기엔 부천 송내역∼광명역 간 직통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다. 오는 9월엔 광명역에 도심공항터미널 오픈을 준비 중이며 공항 리무진버스 운행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2년차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

“가장 힘을 쏟는 건 바로 혁신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처음에 코레일에 왔을 때만 해도 조직원들이 자신감이 없다고 느꼈다. 1년쯤 지나니깐 제가 나서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경영 아이디어를 각 분야에서 낸다. 결국 어느 하나가 주도하는 혁신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각자 자기 몫의 혁신을 추구하는 게 바로 혁신의 내재화라 생각하고, 그걸 코레일 조직의 문화로 완전하게 안착하고 싶다.”

대담=김기동 산업부장, 정리=나기천·김승환 기자 na@segye.com

홍순만 코레일 사장
●1956년 서울 출생 ●1975년 양정고 졸업 ●1979년 연세대 졸업 ●1989년 미국 워싱턴대 교통공학 석사 ●1992년 워싱턴대 교통공학 박사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2005년 건설교통부 철도국장, 철도기획관 ●2006년 건설교통부 항공기획관 ●2007~2008년 건설교통부 생활교통본부장 ●2008~2009년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장 ●2009~2010년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 ●2011~2014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2015~2016년 인천시 경제부시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포토] 박보영 '깜찍하게'
  • [포토] 박보영 '깜찍하게'
  • 장희령 '청순 매력'
  • 에스파 카리나 '반가운 손인사'
  • 아이브 안유진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