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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숙제 먼저냐, 놀이 먼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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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1 22:12:47 수정 : 2017-05-01 22: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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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등생 대상 끝나지 않는 논쟁
자율도 중요하나 창의성 교육 필요
마당 가꾸기 그림일지, 과학실험 보고서, 여행 동영상 등 뉴욕의 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이다. 한 학생은 그리스신화를 읽고 느낀 점을 파워포인트로 발표했다. 8살 아이는 고대 이집트인의 삶을 그린 종이 두루마리를 선보였다. 한 남자 어린이는 아버지와의 연극을 녹화해 제출했다. 학생이 대본을 직접 쓰고, 감독하고, 영상을 편집했다. 저학년 초등학생들에 숙제 대신 제출하고 발표한 자발적 활동 결과물이다.

뉴욕의 일부 공립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4학년 이하 저학년 학급에 숙제 내는 것을 금지했다. 대신 가정에서 다양한 놀이와 탐구활동 그리고 독서를 장려했다.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취지다. 문제풀이 등 단편적인 지식을 체크하는 천편일률적 숙제가 아이들의 지적 성장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창의성 발달을 저해하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시각에 바탕을 둔 교육정책이다.

그러나 반발하는 학부모도 있다. 저학년 학생이 혼자 ‘자율과제’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부모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부모는 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공교육이 약화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것이라고도 걱정한다. 교육 불평등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숙제를 개발하고 교사가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숙제에 대한 논란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대교육이 시작한 20세기 초부터다. 이민자로 구성된 국가라는 점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학교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다. 국가의 교육정책도 큰 영향을 주었다. 교육학자 폴 파스에 따르면 1950년대 미국 학생의 숙제부담이 가장 컸다고 한다. 정부는 냉전시대 러시아와 과학 및 기술에서 앞서기 위해 교육수준 향상에 힘썼다. 그 결과는 학생에게 부과된 과도한 숙제였다.

이후 숙제 부담이 좀 완화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는 다시 숙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미국 학생의 수학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담긴 ‘국가 위기’보고서가 나오면서다. 인터넷의 발달로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위기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의 교육열을 언급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국의 공교육은 다시 한 번 숙제를 통한 학생의 능력 제고에 힘썼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최근 미국 학부모는 자녀의 창의력에 더 큰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2014년부터 시작된 뉴욕의 ‘숙제 논란’도 그 일환이다. 구글, 테슬라 등 세계적 기업이 창의력을 인재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선후보들도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강화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교육 자율화와 선택권 확대를 통한 창의성 제고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자원과 시장규모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전문성과 창의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가 우리의 생존과 변영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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