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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세상, 균형 찾으려는 ‘치유의 출렁임’ 담아”

입력 : 2017-04-18 21:21:15 수정 : 2017-04-18 2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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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개막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맡은 이대형 예술감독 / 전시 주제 ‘카운터밸런스’ 세계 최대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가 오는 5월13일 개막한다. 이대형(43) 한국관 예술감독으로부터 한국관 전시설명을 미리 들어보았다. 이 감독은 홍익대 예술학과와 뉴욕 컬럼비아대학 미술사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현재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다. 영국 사치갤러리 ‘코리안 아이’전시를 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관 주제는 ‘카운터밸런스(균형추)’다.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했나.

“한국관 전시를 준비하면서 국내외 신문과 뉴스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각국 정부는 자국우선 정책을 경쟁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 속에서 인간에 대한 배려와 인류 공동의 가치는 배타적인 정치 프레임 안에 갇혀 버린 형국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두고 서로를 배척하고 증오하는 현실 속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잘못된 방향으로 기울어진 세상의 가치를 회복시킬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대형 예술감독은 “한국관 전시주제 ‘카운터밸런스’는 불균형 속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추를 의미한다”며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인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불균형 문제와 인간에 대한 뒤틀린 가치 문제 등을 다룬다”고 밝혔다.
한국관 전시 주제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에 팽배해 있는 정치·경제·문화적 불균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전시는 오늘날 세상을 관통하는 뒤틀린 가치와 갈등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의 근대사를 재소환했다. 전시장을 한국의 근현대화 과정과 세계화가 펼쳐지는 무대로 설정하고, 실존했던 인물 Mr. K(할아버지)와 한국관 작가 코디최(아버지), 이완(아들)을 가상의 가족 계보로 연출했다.

Mr. K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8·15 해방과 6·25전쟁을 거쳐 ‘한강의 기적’이라 찬사받은 1970~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 군사독재, 1997년 IMF까지 몸소 체험한 익명의, 수백만명인 어떤 한국인을 상징하고 있다. 이번 한국관 전시에는 Mr. K의 총 1412장의 사진 중 1342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어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까지, 그의 자식이 커서 학교에 들어가고 다시 가정을 꾸리고 손자손녀를 얻게 되는,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생과 사의 성장드라마가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것은 한 인간의 일대기이자 한국의 전형적인 가족의 역사를 대변하는 자료다.


한국관 정면 외벽에 설치될 코디최의 네온설치 작품 ‘베네치아 랩소디’. 라스베이거스, 마카오의 카지노 네온간판 이미지를 차용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완 작가가 황학동에서 단돈 5만원에 구매한 나무상자 속 사진의 실제인물(김기문)의 삶의 기록이다. 이를 이완 작가가 단돈 5만원에 길거리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는 아이로니컬한 일화를 통해 단순히 개인의 역사를 넘어 한국의 역사와 근대화가 얼마나 쉽게 버려지고 ‘헐값’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 김기문씨의 가족사진을 통해 복기해 본 한국의 근대화 과정은 ‘피’, ‘땀’, ‘눈물’이 어우러진 가슴 먹먹한 우리 할아버지 세대의 치열한 삶의 현장과 다를 바 없다.”

?코티최와 이완 작업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1961년 태어난 코디최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1980년대 이민을 가며 서구문화와 직접 충돌한 ‘아버지’ 세대를 대표한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한국과 미국, 더 크게는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한국인 이민자로서 겪어야 했던 문화적 불균형을 패러디와 차용을 통해 표현해 온 작가이다. 이번 한국관에서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결합한 네온 설치 조각 ‘베네치아 랩소디’는 198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카지노 캐피탈리즘’의 그림자와 그 속에서 허황된 욕망을 키워 나가는 예술가의 민낯, 그리고 자본과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제도의 모순을 비판한다.

1979년에 태어난 이완 작가는 모든 문화를 동등하게 바라보게 된 ‘아들’ 세대를 상징한다. 그는 서구의 표현이나 접근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불균형의 문제를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2013년 이후 이어오고 있는 ‘Made In’시리즈는 한끼의 아침식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시아 10개국을 탐방하며 직접 쌀을 재배하고, 설탕을 만들고,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데 총 5년이란 시간을 투자했다. 5년이란 장대한 시간을 쓰며 만든 결과물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한 한끼의 아침식사라는 사실에 엄숙함과 숭고함을 느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 세계 1200명을 인터뷰한 자료를 기반으로 650명을 선정해 각각의 개인을 상징하는 시계 650개로 구성된 설치작품 ‘고유시’(Proper Time)를 선보인다. 이름, 직업, 나이, 국가가 적힌 650개의 시계는 “사랑하는 가족의 내일 아침식사를 위해서 당신은 오늘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가요?”라는 질문을 기반으로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세상에서 가장 부정확한 시계이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부정확함이야말로 글로벌 소비자본주의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생존해야 하는 개인의 현실이다.”

?카운터밸런스의 부제는 ‘돌과 산(The Stone and the Mountain)’이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전 세계가 처한 암울한 현실에 저항하면서도, 그것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줄 수 있는 메타포로 ‘돌’, ‘산’ 이미지가 떠올랐다. 작은 돌과 거대한 산은 비록 물리적인 사이즈는 다르지만 본질은 결코 다르지 않다. 결국 높은 것과 낮은 것, 위대한 것과 하찮은 것, 큰 것과 작은 것이란 개념은 항상 상대적이며 유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치유의 출렁거림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지 못하는 다수, 약소국의 이민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강대국의 신고립주의 등 작은 것과 큰 것 사이의 함수관계 속에서 ‘인간’에 대한 배려가 빠져버린 21세기의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지적하고 싶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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