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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여성이 입대 추첨장에…태국 징병제의 진풍경

입력 : 2017-04-06 14:15:40 수정 : 2017-04-06 15: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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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입대자를 추첨하는 태국에서 성전환 여성이 남성들과 함께 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고 태국 타이비자 등 외신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54년 처음 추첨 징병제를 시행한 태국은 매년 필요한 군인 수를 정하고 지원자를 받는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만 21세 넘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한다. 빨간색 제비를 뽑으면 입대하지만, 검은색 제비를 뽑으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자원입대하면 6개월 후 전역하나, 제비를 뽑아 군대에 가면 2년간 복무해야 하므로 많은 남성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

성(性)을 바꾸고도 남성들과 같이 추첨장에 나와야 하는 이유는 주민등록상 성별은 여전히 남자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는 주민등록상의 번호는 성을 바꾸더라도 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

성전환 여성은 관계자의 조사를 거쳐야 징병 대상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실질적 징병 대상이 아닌 성전환 여성들이 추첨일 반드시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태국 징병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황할 수도 있다는 것도 이유다.

 

매년 4월 입대자를 추첨하는 태국에서 성전환 여성뿐만 아니라 수술을 앞둔 여성적인 게이들이 남성들과 함께 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태국 thaivisa 홈페이지 캡처.


태국에서는 성전환 여성뿐만 아니라 여성적인 게이를 모두 카토이(Kathoey)라 부른다.

우리에게 레이디보이(ladyboy)로 알려진 명칭도 태국에서는 카토이다. 태국인들은 상당수가 카토이를 ‘제3의 성’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수술받지 않은 그들도 추첨장에 나타나야 한다.

최근 파야오주의 한 추첨장에 모습을 드러낸 카토이들은 입대 두려움과 더불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현실에 대한 안도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안차다 두아이암판은 “초조하면서도 기분이 좋다”며 “아유타야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유타야는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는 “아직 수술을 받지 않아 100% 완벽한 여자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루싸난 루안문은 “군인이 되고 싶지 않다”며 “난 완벽한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거쳐야 할 수술이 남아서 100% 여자는 아니다”라고 했다.

치앙마이에 산다는 위사누 누아잔은 “예전에 미인대회에서 몇 번 우승한 적 있다”며 “입대 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매년 4월 입대자를 추첨하는 태국에서 성전환 여성뿐만 아니라 수술을 앞둔 여성적인 게이들이 남성들과 함께 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태국 thaivisa 홈페이지 캡처.
매년 4월 입대자를 추첨하는 태국에서 성전환 여성뿐만 아니라 수술을 앞둔 여성적인 게이들이 남성들과 함께 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태국 thaivisa 홈페이지 캡처.
매년 4월 입대자를 추첨하는 태국에서 성전환 여성뿐만 아니라 수술을 앞둔 여성적인 게이들이 남성들과 함께 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태국 thaivisa 홈페이지 캡처.


추첨 대상자 남성 500명이 몰린 이날 60명이 빨간색 제비를 뽑았다. 카토이들은 관계자의 확인을 거쳐 집에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태국의 성 소수자들을 위한 단체들은 입대 추첨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카토이를 희화화하는 매체들을 비판했다. 이들은 엄연한 사람인 카토이를 구경거리로 전락시켜 그들이 정신적 피해에 시달린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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