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저편에서 일어난 테러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테러리스트들은 불특정 다수를 타깃 삼아 예기치 않는 시간, 장소, 방법으로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대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국제적 네트워크까지 갖춘 테러는 점점 지능화되면서 초국가적 안보 위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테러리스트는 일반 주민과 섞여 있어 전선(戰線)도 없다. 뿌리가 뽑히지 않는 잡초와 같아 소탕하기도 어렵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전 국방연구원 국방현안위원장 |
백주에 국제공항 라운지에서 형 김정남을 화학무기로 독살한 김정은식 테러에 대적해야 할 우리다. 외국인 여성을 테러에 이용한 점도 주목할 대상이다. 김정은은 불안감이 더할수록 테러를 통해 남북 간의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할 것이다. 북한 특수작전부대 요원을 잠입시키거나 동남아 등 제3국 국적인을 청부테러에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사회의 자생적 테러리스트나 북한 추종세력을 이용한 테러로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은 ‘탈북자들을 물리적으로 없애버리겠다’고 테러협박을 공언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국제 테러조직과 연계할 수도 있다. 총기와 급조폭발물(IED) 등의 설계도는 물론 제조기술을 획득하는 위험한 세상이다. 무기를 만드는 3D프린터 기술도 급속도로 실용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국가위기관리 측면에서의 접근을 강조하고자 한다. 테러방지법이 제정되고 대테러센터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테러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국민적 합의와 지지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테러에 기민하게 대응하도록 내외국인 구분 없이 테러 의심자에 대한 사전 감시가 가능하도록 보장을 해줘야 한다. 인권 신장이 중요하나 국민을 보호할 대테러전 활동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선 안 된다. 청소년 대상의 음란물 유포자도 엄히 처벌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위험한 테러리스트 의심자에게는 관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선 안 된다.
2016년 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이 만능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매년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하다. 테러상황 변화에 따라 법·제도적 정비는 물론 시행상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인권 못지않게 테러 대비도 중요하니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 개선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대테러 대비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실정에 맞는 기반과 체계를 갖추도록 지혜와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오늘날 테러리스트들은 무기사용법, 폭발물 제조기술은 물론 무장수준과 전술적 이해도가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생화학무기에 의한 테러도 상정해야 한다. 그러니 고도의 특수훈련을 받은 군 작전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응원하에 민관군이 합심해 테러에 대비할 때임을 유념해야 한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전 국방연구원 국방현안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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