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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김민희, 영화 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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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3 21:47:37 수정 : 2017-04-11 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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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언론 시사회가 화제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불륜의 사랑을 공식적으로 공표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영화에 대한 질문 대신 영화 같은 삶을 택한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했다.

흔히 가수와 배우는 작품 따라 간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가사의 내용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가수 박진영은 ‘너뿐이야’를 발표한 후 결혼했고 신승훈은 자신의 노래가 ‘보이지 않는 사랑’과 같이 대부분 이별 노래여서 아직까지 솔로라고 말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배우도 마찬가지다. 몇 개월 동안 맡은 역할에 감정 몰입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배역을 닮기 마련이다. 작품을 통해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할리우드 대표 배우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은 1990년 영화 ‘폭풍의 질주’에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1999년 상류층 부부의 불륜을 그린 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에 동반 출연한 뒤 이혼한다. 톰 크루즈는 영화 촬영 때부터 니콜 키드먼의 불륜을 의심하며 전화를 도청하고 감시했다는 후문이다.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역시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로 인연을 맺지만 동반 출연한 ‘바이 더 씨’로 파경을 맞았다. 영화에서 결혼 14년차 부부는 끝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 결국 영화가 현실이 된 것이다.

배우 김민희는 2015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홍상수 감독과 만난다. 영화 속 희정(김민희)은 감독인 춘수(정재영)를 좋아한다. 춘수 또한 “네가 좋다. 결혼하고 싶다. 유부남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충실하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홍상수는 김민희에게 사랑 고백을 했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두 번째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도 영화 속 영희(김민희)는 유부남 감독을 사랑하면서 “난 나답게 살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한다. 시사회에 참석한 두 사람은 영화대사 같은 말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배우의 연기나 감독의 연출은 자신의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는 상상력의 산물이라지만 사실 배우와 감독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 성격은 작품과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자신들이 출연하고 연출한 영화와 비슷한 삶을 사는 것도 어찌 보면 영화 속 자신의 성격과 경험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교수직을 겸하고 있는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영화 속 주인공을 대학교수나 감독으로 선정한다. 우디 앨런 감독은 뉴요커답게 뉴욕 삶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자신의 열등감을 영화에 녹여내 웃음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배우 역시 다르지 않아, 작품 선택에 있어 자신의 성격과 살아온 삶이 크게 반영된다. 소위 예술인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식은 일반인과 달라 관습과 도덕에 얽매이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다. 새로운 경험을 해야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같은 삶을 선택한 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 이들을 이렇게 합리화하는 것은 어떨까.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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