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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서울인 듯 서울 아닌 서울 같은'…고달픈 대학생 '통학러'

입력 : 2017-03-22 19:39:13 수정 : 2017-03-22 22: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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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는 사치… 장거리 통학 시달리는 청춘들 / 월세·생활비 탓 ‘울며 겨자 먹기’ / 왕복 두 시간 가량 ‘지옥철’ 올라 / 피로 누적… 수업 땐 졸기 일쑤 / 기숙사는 지방 출신 위주 배정 / 수도권 거주 학생엔 ‘그림의 떡’ / 막차 시간 쫓겨 친교 활동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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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인 김모(20)씨는 학교에서 ‘주삼파’로 통한다. 일주일에 3일만 학교에 가기 때문이다. 주삼파가 된 건 1시간30분∼2시간 정도인 통학시간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김씨는 “20학점을 주 3일에 소화하려면 공강 시간을 거의 두지 않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1학년 때는 주 4, 5일을 해봤는데 지하철, 버스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자취를 권하지만 김씨에게는 사치다. 보증금, 월세에다 생활비까지 만만찮다. 김씨는 “학자금 대출까지 받고 있는 데 부모님께 더 부담을 드릴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의왕이 집인 신입생 이모(19)군 역시 만만찮은 통학시간 때문에 고민이다. 합격 후 기숙사를 신청하려 했지만 이씨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뿐만 아니라 의왕을 비롯한 경기도 지역 학생들의 기숙사 신청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씨는 “아침부터 ‘지옥철’에다 버스에 시달리면 진이 빠져 수업 시간에는 꾸벅꾸벅 졸기 일쑤”라고 힘들어했다. 

‘서울인 듯 서울 아닌 서울 같은 곳’에 살며 장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들을 두고 ‘통학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그 고충이 만만찮다. 기숙사는 대부분의 학교가 서울 혹은 서울 인근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신청권을 주지 않는 데다 그나마 수용률이 턱없이 낮아 그림의 떡이다. 자취를 해보려고 하지만 돈문제가 걸려 엄두를 내지 못한다.

통학생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역시 긴 통학 시간으로 인한 피로 누적이다.

지난해 9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과 대학생 8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평균 통학 시간은 왕복 122분이었다. 대학생의 85.1%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학하며 자전거·도보가 9.2%로 뒤를 이었다. 등교시간이 출퇴근 시간과 겹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힘겨운 등굣길에 어지간히 시달릴 거라고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동아리 활동이나 인간관계에도 지장을 받는다. 저녁 시간을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통학하는 조모(22)씨는 “동아리 활동 중 막차 시간을 맞추느라 먼저 빠져나오는 일이 허다하다”며 “친구 자취방에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눈치가 보여서 이제는 저녁 활동 자체를 피한다”고 말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 들어가면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여러 가지로 어렵다. 자취하려고 하면 월세에다 생활비 부담이 만만찮다. 기숙사에 들어가려는 건 헛된 희망이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서울 소재 대학 대부분이 서울 거주 학생들의 기숙사 신청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모(22)씨는 “서울에 살더라도 학교의 위치에 따라 통학시간이 달라진다”며 “행정구역이 아닌 통학 거리나 시간을 기준으로 입사 기준을 변경하면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턱없이 낮은 기숙사 수용률도 문제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학의 지난해 기숙사 수용률은 각각 15.2%, 14.9%에 불과했다. 한 대학의 기숙사 관계자는 “수용률이 낮아 지방 출신 학생조차 모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수도권 학생들까지 신청을 받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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