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고 원활한 생활을 위해 사회 구성원을 일정 부분 구속하는 약속을 만들었는데, 그 중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 법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법은 필요하다. 국가들이 법을 지키는 대상이라는 점이 민법, 형법과 같은 일반 국민이 지키는 국내법과 다를 뿐이다.
우주에도 법이 있다.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가 지구를 벗어나서 궤도를 돌기 전에는 우주는 인류 역사에 신화와 공상으로 남아있는 영역이었다. 인류의 손길이 지구 밖으로 뻗어 나가면서, 국제사회는 여기에도 질서를 만들고 국가와 인류의 행동을 규율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유엔 회원국 대표들이 1967년우주분야의 국제법인 ‘외기권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 유엔 |
우주법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면 몇 가지 기본 원칙이 등장한다.
첫째는 우주 이용 자유의 원칙이다. 모든 나라는 우주를 자유롭게 탐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논리로 어느 국가도 우주에 대한 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 달을 비롯한 천체도 당연히 어느 국가에 속해 있지 않으며, 따라서 각국의 국내법상에서 부여되는 소유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외국의 몇몇 회사가 달의 일정지역을 선택하고 소정의 금액을 지급한 이에게 소유권 증서를 발급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적으로 인정되지 못한다. 단순한 자기만족일 뿐이다.
민간 기업이 개인에게 발행한 달 소유권 증서. 국제법상 인정받지 못한다. 출처 구글 |
셋째 국가 책임의 원칙이다. 민간인의 우주활동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야기되었을 때 책임은 국가가 진다. 당연한 귀결로서 국가는 자국민의 우주활동을 감독·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조항을 담은 국내 우주활동법을 제정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2005년에 우주개발진흥법을 제정함으로써 국가가 민간의 우주활동을 관리·감독하는 절차와 형식을 마련하였다.
유엔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COPUOS) 내 법률소위원회의 모습. 출처 유엔 |
그동안 기존 우주법이 효율적으로 규율하여 왔지만, 최근 들어 우주활동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급증하고, 민간의 참여범위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법적 이슈들이 추가로 생겨나고 있다. 지구궤도에서 수명을 다해 떠돌아다니는 위성과 그 파편들이 수십만개에 달하고, 자원 채굴과 관광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우주활동이 등장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새 이슈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활동을 적극 추진하는 국가로서 새 국제우주법 형성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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