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강은의유감&공감] 사법개혁은 시대적 사명

관련이슈 이강은의 유감&공감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3-18 01:12:32 수정 : 2017-04-11 16:31:1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개혁 내부여론 억압해선 안돼 / 대법원장 과도한 권한 없애고 / 관료화 오명 벗어야 신뢰 회복 / 정의와 인권보루로 새로 나야 ‘양승태호’ 사법부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사법개혁 움직임 통제 논란’의 충격파 영향이다. 임기(6년) 만료를 불과 6개월 남기고 터진 내홍에 양승태 대법원장도 몹시 긴장하는 듯하다. 이번 파문의 진원지는 대법원 법원행정처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전국 법원의 인사와 예산 등 법원행정과 사법정책 수립을 총괄하는 핵심기구다. 그런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부의 사법부 개혁 공론화를 방해하고 통제하려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개혁 방향과 관련한 설문조사와 학술토론회를 준비하자 이 연구회 활동을 위축시키려고 다각도로 압박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파문이 확산되자 양 대법원장은 서둘러 법원 안팎에서 신망이 높은 이인복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석좌교수)에게 전권을 주고 진상조사 책임을 맡겼다. 논란의 한 당사자인 법원행정처 임종헌 차장도 직무에서 배제했다. 임 차장의 사의표명까지 부르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른 이번 사태는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가려질 것이다.

이강은 사회부 차장
그러나 게임의 결과에만 집중하느라 사태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얼마나 많은 판사가 동의하는지와 별개로 이는 ‘법관의 독립’ 문제와 맞닿아 있다. 3권분립에 따라 독립이 보장된 사법부에서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사법부의 독립은 엄밀히 따져 ‘법관이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사법부가 법관 개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대로’ 보장하는 환경이냐를 놓고 법원 안팎에서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이유로 ‘사법부 관료화’를 맨 먼저 꼽는다. 신참 판사부터 대법관에 이르는 피라미드식 승진구조에다 막강한 권한의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전국 법원과 판사들을 관리하면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됐다는 것이다.

과거 A대법원장 시절, 최측근인 대법원의 한 간부가 법원행정처 심의관(판사)들과의 저녁 술자리에서 “대법원장님을 위해 과연 충성을 다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하라”고 호통쳤다는 일화도 있다.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받도록 탈바꿈해야 한다는 뜻이 담긴 인권법연구회의 설문조사가 사법부 관료화 타파에 방점이 찍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사법부의 제왕’이라고까지 불리는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국회의 동의를 거치긴 하나 사실상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임명하는 대법원장은 사법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힘이 세다.

인사권이 대표적이다. 3000명에 가까운 전체 법관의 승진·보직 인사권은 물론 대법관(13명) 임명제청권을 비롯해 헌법재판관(3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지명권을 갖고 있다. 대법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인물들로 대법원을 채우고 헌법재판소에 꽂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자기 입맛에 맞는 대법원장을 세워 사법부를 장악하려 했던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부끄러운 역사와 관계가 깊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 조정하거나 최소한 선출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다.

3권분립의 다른 두 축인 행정부(대통령)와 입법부(국회의장) 수장을 국민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선출하는 것과 달리 사법부의 수장은 민주적 정당성도 없으면서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게 온당치 못하다는 점에서다. 인권법연구회의 설문조사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엿보인다. 법원행정처가 이 단체의 활동을 예민하게 바라봤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박정희 쿠데타’ 전과 같이 법관들이 참여토록 하는 등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가 ‘관료화’ 오명을 떨쳐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시발점이어서다. 사법개혁이 가야 할 방향은 하나다. 정의와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튼튼하게 바로 서도록 하는 길로.

이강은 사회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