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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시 시작이다] "이긴 자, 가진 자가 양보할 때 진정한 화합의 길 갈 수 있다"

입력 : 2017-03-12 18:33:53 수정 : 2017-03-13 00: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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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태극기 깃발 민심 보듬어/‘공동체 건설 주역’ 자부심 심어줘야/ 탄핵 사태는 국정농단 분노가 촉발/ 朴 전 대통령 소명의식·소통 등 부족/ 미래형 지도자 ‘가진자 의식’ 있어야/ 단임 대통령제가 공무원 침체시켜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관련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승패의 갈림길은 분명해졌다. 이번에 이긴 쪽은 ‘가진 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가진 자가 먼저 양보하는 사회가 될 때 진정한 화합이 일어나고 통합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백범 김구 선생 기념사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의장은 11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족한 사람이 국가로부터 은혜를 입었고, 이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진정성을 담아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현 시국을 담담하게 진단하며 자신의 소회와 입장을 밝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 기업에 행패를 부리는 등 국제적으로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데도 정부와 정치 지도자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눈치나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남정탁 기자

그는 “태극기를 든 민심도 국민이다. 그들에게 국가 정체성, 국가 안보, 경제성장에 대한 분명한 약속을 해서 또 다른 분노로 표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대선 주자와 정치권에 당부했다. 이어 “헌재에서 승리한 촛불의 요구를 절제, 승화시켜 국가 발전의 원동력,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태극기와 촛불 민심을 보듬어 이들이 모두 공동체 건설의 주역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줘야 한다”며 “이제는 보복, 청산같은 혁명적인 용어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요즘 정의라는 말이 굉장히 유행하고 보편화돼 있는데,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라며 “나의 정의와 상대방 정의가 서로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 옳은 걸 위해 모든 걸 던져버리고 밀고 나가는 사회는 더 큰 분열과 적대감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화문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정의 대 정의가 맞붙은 것”이라며 “정의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면 상대는 절대악이 되고 타협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청와대 민정 라인이 대통령에게 직언은 안 하고 대통령 권력을 강화, 유지하는 하수인 노릇을 했다”며 “대통령 감시 역할을 할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민 통합과 화합이 시급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분열된 국론을 어떻게 통합하고 화합하느냐를 얘기하려면 우선 원인부터 분석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분노가 촉발해 일어난 일이다. 촛불의 분노에서 시작했다. 부정한 세력이 나라를 농간·농단한 데 대해 정의와 민주주의를 세워야 한다며 시민이 일어난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촛불에 대응한 세력이 태극기다. 가만히 있다간 이 나라가 좌파들의 전유물이 되고, 사회주의적 경제가 판치는 세상이 오겠구나 하는 우려와 분노가 발단이 됐다.”

-역대 정권이 통합, 화합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선거 때만 되면 국민 통합과 화해, 지역감정 해소는 늘 등장했다.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고, 문호 개방과 정책 개방을 하겠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나. 그러나 역대 정권 모두 실패했다. 모든 것을 자기 중심으로, 건성으로 했기 때문이다. 지역안배라고 하지만 형식적이었고, 능력·소신·신념 있는 사람들은 멀리하고 나를 무조건 도우라는 식으로 인사를 했다. 내 지시와 명령에 따르고 철저히 복종하라는 식의 권위주의적으로 이뤄졌다. 권한을 위임, 분배하지 않으면서 책임만 물었다. 소신 있는 사람이 기용될 수도 없고, 소신 있는 사람이 들어가도 일을 할 수 없었다.”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헌재에서 결정을 내렸다. 승패의 갈림길은 분명해졌고, 패자라고 할 수 있는 태극기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들이 우려하고 염려하는 상황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 좌절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시대의 촛불로 상징되는 민심에는 분노, 정의, 평화, 공정이 내재돼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는 정권에 국민의 분노가 응축돼 있었다. 촛불로 폭발한 것인데 역대 보수정권은 깊이 깨달아야 한다. 촛불민심은 그동안 너무 소외돼 왔으나 이제는 승자이다. 공동체의 주역이며 결과에 대한 책임자이다. 이번에 이긴자들은 가진 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가진 자는 권력과 금력과 여론, 조직력과 정보력 장악을 의미한다. 가진 자가 완장 차고 설쳐대서는 안 되며, 권리를 향유하기에 앞서 의무와 책임을 소홀해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통령 파면이 준 교훈은.

“박근혜만큼 깨끗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무너졌다.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지적한다. 역사관과 소명의식, 국정운영 철학, 소통이 부족했다. 대면보고 안 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내각과 청와대 참모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십은.

“‘가진 자 의식’이 있어야 한다. 권력을 소유한 것보다 더한 가진자가 어디있겠나. 자부심, 명예, 긍지를 가져라. 그동안 ‘과거형 지도자’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미래형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가진 자 의식을 가진 미래형 지도자는 봉사하고, 헌신하며, 겸손하고, 미래를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건강한 공동체는 주류사회의 확장에서 오는 것인데, 확장은 커녕 주류세력들이 서로 분열하고 의심하다 보니 사회적 충성도가 약하고 공동체의식이 얇아졌다. 생산성과 보안 유지, 능률을 강조하는 산업시대, 굴뚝시대의 논리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은.

“공부하며,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역대 대통령이 청와대 입성 때는 웃었지만 떠날 때는 모두 울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다를 것이고, 훌륭하게 마감할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과거 사례에서 교훈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능력과 경륜, 헌신과 포용력을 겸비해야 한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자신을 ‘긴팔원숭이’라고 조롱했던 인사를 중용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과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정치하는 사람은 다수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국민 100%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은 있을 수 없다. 소외받는 소수를 위로할 수 있는 긍휼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내부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이는 가장 힘든 일이다.”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점은.

“관점과 주장이 다르다고 해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대화와 토론를 하며 상대를 인정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진짜 용기와 가짜 용기를 구분해야 한다. 자기 주장만 하며 밀어붙이는 것은 가짜 용기다. 만용이며 선동이다. 상대에게 적대감을 조성하고 분열은 심화된다. 결국 모두가 손해본다.”

-한국 정치를 진단하면.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하고 대의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에서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것까지 다 묶어 사법부에 넘겨 버렸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공룡화된 정당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 진영논리에 매몰된 정치 문화와 행태에 변화가 있어야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정치를 바꾸려 하면 가장 시급한 것은.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뛰어난 부류인 엘리트 공무원들을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역점사업은 사라진다. 신임 대통령의 1차 업무는 전임 대통령의 그림자 지우기다. ‘여’에서 ‘야’, ‘여’에서 ‘여’로 정권이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정권에서 노력한 공무원은 새 정부에서 찬밥 신세가 된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장기 비전이 없다. 또 누가 대통령 되더라도 불행한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불행한 대통령을 탈피하려면 개헌은 필수적이다. 헌법만 개정해선 안 되고, 정당법 등 정치관계법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정치행태, 정치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47년 경남 고성 출생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 서울대 정치학 석사, 정치학 박사(경남대) △동아일보 기자,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대통령 정무비서관 △14∼18대 국회의원(5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한나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현재 부산대 석좌교수, 백범김구기념사업협회 회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대담=황용호 선임기자
정리=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y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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