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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안전한 사랑, 피임은 필수…콘돔사용률 최하위 대한민국

입력 : 2017-03-11 13:00:00 수정 : 2017-03-10 10: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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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은 임신과 각종 성병을 막아주는 최고의 도구다. 철없는 부모나 미혼모를 만들지 않으려면 피임은 필수다. 자식들이 무슨 죄냐? 한순간의 쾌락이나 실수로 책임질 수 없는 임신을 하는 것보다 사전 예방하는 게 100배 더 낫다."(20대 대학생 A씨)

"행인들이 많은 길 한복판에 콘돔 자판기를 설치해두면 누가 뽑아갈까 싶다. 또 이런 자판기가 자칫 잘못하면 남녀 간 성관계를 너무 가볍게 여기도록 영향을 끼칠 것 같다. 한국 청소년들은 성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조차 대부분 받지 못했다. 또 안전한 피임을 내세워 청소년들의 성관계를 유도하고, 조장할 부작용도 있다."(30대 주부 B씨)

"첫 성경험의 평균 나이가 12세인 세상이다. 이른바 '딸바보'로 곱고 예쁘게 키운 딸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부모가 먼저 딸에게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게 현실로 보면 더 낫다. 아울러 '순결 교육'도 해야 한다. 10대들이 그냥 좋다고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하룻밤을 불태우는 것은 사랑이 아닌, 일순간 몸의 쾌락을 해소하는 '불장난'일 뿐이다."(40대 직장인 C씨)

차츰 개선되곤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있으나마나 한' 시대착오적인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피임 실천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가 성교육 내용에 문제가 있는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 우리나라 10대 청소년 대상 성교육은 보건교사가 1년에 약 17~34시간 진행하는 게 전부다.

어린애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남녀 신체구조의 차이나 성 윤리 등 진부한 내용 위주로 구성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11일 질병관리본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20대 미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대부분(95.8%)은 '피임에 대한 정보나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79.3%는 콘돔 사용법에 대한 정보나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녀 신체구조 차이? 요즘 초등학생들도 다 알아요"

다만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7~29세의 '피임교육이 전혀 없다'는 응답률이 8.3%로 가장 높았고, 23~26세는 4.1%, 19~22세는 2.4%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콘돔 사용법에 대한 교육 경험도 19~22세가 82.4%로 높게 나타났고, 27~29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75.9%에 그쳤다.

이들 조사 결과를 통해 어릴수록 피임 관련 정보와 교육의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성관계 유경험자의 피임 실천율이 46.7%에 그침에 따라 성교육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을 산다.

◆고(高)3 10명 중 4명 "성교육 못 받았다"

특히 우리나라 성교육은 '이벤트성'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2013~15년 자료를 보면 여성 청소년의 성교육 경험률은 75.7%였다.

중학교 1학년의 성교육 경험률은 84.9%인 데 반해, 고교 3학년은 상대적으로 낮은 61.0%에 그쳤다.

즉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내 성교육을 받은 학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측은 이와 관련, "입시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인해 보건 교과가 정규과목으로 편성되지 않고, 성교육은 이벤트성으로 진행하고 넘어가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며 "학년이 높아질수록 성경험에 노출될 확률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피임기구의 사용법과 성병 예방법 등 성 관련 지식과 함께 원치않는 성관계나 임신, 출산에 대처하는 방법 등 현실적인 내용을 교육에 포함시키고 있다.

◆콘돔 부끄러워하는 잘못된 인식, 건강한 사회 만드는 장애물

청소년의 콘돔 사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의 첫 성경험 시작 연령은 평균 12.8세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피임에 대한 교육이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학교 곳곳에 콘돔 자판기를 비치하고, 청소년 전용 제품까지 개발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의 콘돔 구입 자체를 불건전하게 바라보고 시각이 일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낙태율 1위, 콘돔 사용률 최하위라는 오명은 이 같은 잘못된 선입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최근 서울 강남과 이태원 등지에서 '청소년을 위한 콘돔 자판기' 설치를 주관한 이브콘돔의 박진아 대표는 "콘돔을 부끄러워하는 우리의 잘못된 인식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장애물"이라며 "안전한 사랑을 위해서는 피임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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