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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학원에 쫓기고 인스턴트에 길들여지는 아이들

입력 : 2017-03-07 19:29:44 수정 : 2017-03-08 07: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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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은 대부분 학원 근처에서 해결하는 편이에요. 학원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랑 사 먹을 때가 대부분이죠.”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윤모(15)양은 주중 저녁은 강남 학원가 근처 패스트푸드점이나 분식집에서 해결한다. 저녁시간 앞뒤로 학원 수업이 있는 탓에 집에 들러 밥을 먹기에 시간이 촉박해서다. 윤양은 “치킨버거와 치즈떡볶이를 제일 좋아한다”며 “이제는 집밥보다 학원 근처에서 사먹는 음식에 더 익숙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많다"며 “저녁 시간에는 (패스트푸드점에) 자리가 없어 기다린 적도 많다”고 전했다. 

빽빽한 학원 일정에 끼니를 밖에서 때우는 청소년들이 적잖다. 이들 청소년은 빠르게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탓에 대부분 간편한 인스턴트 식품을 찾기 마련이다. 이렇게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청소년은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원가 주변은 패스트푸드 천국?

고교 2학년생 김모(17)군도 인스턴트 식품 위주로 식습관이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김군은 “학원 주변 음식 매장이 대부분 분식집, 햄버거가게 등이라 먹을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 대부분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입맛도 좀 바뀐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군은 인스턴트 식품을 거의 먹지 않는 집안 분위기 탓에 평소 짜거나 매운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고교 입학 후 빡빡한 학원 스케줄을 따라가다 보니 집에서 밥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게 된 뒤 식습관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과 노량진 등에서 학원가가 밀집한 일대를 돌아보면 인근 음식점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파는 곳이 주류를 이룬다. 30~40분 내 끼니를 해결하고 이동하는 학생들에게 맞춰 컵에 볶음밥을 담아 팔거나 한 손에 들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를 판매하는 등의 프랜차이즈 점포가 대부분이다.

강남 대치동의 한 건물을 조사한 결과 2~10층은 국어·영어·수학학원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1층과 지하에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이 위치해 있다. 문구점과 일식집, 설렁탕집을 빼면 간편하게 식사를 때울 수 있는 점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학원의 1층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최모(22)씨는 “올 겨울방학 동안 점심·저녁시간에는 컵라면과 김밥 등을 먹는 중고생들로 가게 안이 붐볐다”고 전했다. 학원 건물 1층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유모(46)씨 역시 “학기 중에도 이곳에서 저녁을 먹는 학생들이 많다”고 밝혔다.  

◆학원가 식당 단맛 등 자극적인 식단으로 학생 사로잡아 

주 고객이 학생이다 보니 학원 주변 식당들은 아이들 입에 맞춘 메뉴 위주로 구성하거나 조리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 노량진의 학원가에 만난 한 분식집 주인은 “아이들 입맛에 맞게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아이들에게 맞추려고 떡볶이는 매운 맛보다 단맛을 강하게 나게 만들고, 양파나 당근 등 채소를 넣는 대신 치즈를 올리거나 튀김을 하나 더 주는 식으로 세트를 구성한다고 고백했다.

이는 성장기 학생들의 입맛을 바꿔 놓기도 한다. 

중학생 아들을 둔 유지희(45)씨는 “아이가 맛이 들린 뒤 방학 때에는 몰래 점심을 햄버거로 해결하더라”고 걱정했다. 이어 “왜 햄버거를 먹었느냐고 물으니 내가 차려주는 밥보다 맛있다고 하더라"며 "아이 입맛에는 아무래도 패스트푸드가 더 맛있다 보니 이러한 서구식 식습관에 길들여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인스턴트에 입맛 길들여진 청소년들, 건강은 악화

아이들의 바뀐 입맛은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방학 동안 특별강의 수업을 받느라 저녁을 밖에서 대부분 해결했다는 김모(16)양은 “얼마 전 몸무게를 재보니 (방학 동안) 살도 찌고, 여드름도 늘었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김양은 “아무래도 방학에 집 밥보다 학원 근처에서 친구들과 열량 높은 음식들을 먹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울장을 지었다. 김양이 즐겨 먹은 메뉴들은 튀김 등 패스트푸드였다.

청소년들의 패스트푸드 섭취 횟수와 비만율 증가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분석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생의 비만율은 평균 16.5%로 지난해보다 0.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비만율이 높아진 주요한 원인으로는 나쁜 식습관이 꼽혔다. 교육부 조사 결과 주 1회 이상 햄버거와 피자, 튀김 등 패스트푸드를 먹는 비율은 초등학생 64.6%, 중학생 76.1%, 고교생 77.9%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조사 당시 초등학생은 62.8%, 중학생은 74.9%, 고교생은 76.6%였는데 당시보다 모두 높아졌다. 

한 소아과 전문의는 “최근 10년 동안 청소년 비만이 증가한 원인 중 하나는 서구화된 식습관”이라며 “성장기 비만은 고지혈증과 고혈압 등의 성인병으로 이어지기 쉬워 생애 전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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