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8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상률(57) 전 교육문화수석, 김소영(50) 전 교육문화체육비서관,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변호인을 대신 내보냈다.
이들 중 가장 책임이 큰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 전 실장의 대응 수위가 제일 셌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김대중정부 등) 과거 정부에서 좌파 세력에게 편향됐던 정부의 지원을 균형 있게 집행하려 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의 문화·예술 정책이 범죄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정책적 판단에 따른 업무 수행일 뿐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비정상을 정상화하려 한 정책 수행이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향해 무리한 수사와 기소 책임을 물으며 맹비난했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특검법상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관련된 사건만 수사해야 하는데 최씨를 본 일이 없고 전화를 한 적도 없는 김 전 실장을 구속한 것은 위법수사”라며 “지금 구속돼 법정에 있을 사람은 김 전 실장이 아니라 직권을 남용한 특검 측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범죄 여부와 별도로 이번 사태의 도덕적 책임은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블랙리스트가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데 대해 전직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으로서, 직전 문체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고 고개를 낮췄다. 다만 “전체 기획·집행,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공소사실 중 일부는 실체적 진실과 다르고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전 수석과 김 전 비서관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데 적극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각각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했다는 것인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김 전 수석),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아무런 권한이 없다”(김 전 비서관)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 등이 혐의 자체를 부인하며 블랙리스트 관여 정도나 책임 유무 등을 놓고 제각각 주장을 펼쳐 향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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