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소양강처녀상이 있는 소양2교에서 소양강댐 방향으로 이어진 산책로는 인적이 드물어 고즈넉한 겨울 강 풍경을 담을 수 있다. |
남쪽에 봄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강원 춘천은 아직 봄비보다는 흰 눈이 더 어울리는 날씨다. 찬 바람을 헤치며 많은 곳을 돌아다니긴 힘들지만, 때로는 분위기 있게, 때로는 재미있게 돌아다닐 곳은 있다.
강원 춘천 신북읍 잣나무 길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
◆분위기 있는 문학기행과 커피 한잔
주인공 ‘나’가 봉필 영감의 딸 점순이와 결혼을 하기 위해 데릴사위로 들어가 일만 하다 겪는 사건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소설 ‘봄봄’의 배경이 된 마을은 소설가 김유정 고향 실레마을이다. 농촌의 삶과 말이 묻어나는 소설 ‘봄봄’의 등장인물 역시 마을 주민이다. 봉필 영감은 실레마을에서 욕필이라는 이름으로 통했던 실존인물이다. 김유정은 딸만 여섯을 두고 데릴사위를 부리며 일을 시킨 욕필의 실제 이야기를 가지고 소설을 썼다.
김유정 소설 ‘봄봄’ 중 한 장면을 동상으로 재현했다. |
실레마을은 예전과 같은 허름한 농촌 마을은 아니지만, 김유정문학촌으로 탈바꿈해 그의 문학세계를 잘 들여다볼 수 있게 조성돼 있다. 하지만 그의 유품은 하나도 남아 있는 게 없다. 김유정이 숨을 거둔 후 오랜 친구인 안희남이 유고, 편지, 일기, 사진 등 일체의 유품을 가져가 보관하다 6·25전쟁 때 월북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유품은 없지만, 그의 소설에 표현된 실레마을이 있기에 문학촌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문학촌 뒷산은 ‘동백꽃’의 배경이 됐고, ‘산골나그네’의 물레방아, ‘봄봄’ 김봉필의 집이라는 안내판 등이 여행객을 맞는다.
김유정의 생애에 대해서도 잘 소개돼 있는데, 특히 그가 당대 명창 박녹주와 시인 박용철의 동생 박봉자에게 보인 구애에서 인간 김유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관으로 이용되는 김유정문학촌 건너편의 김유정역. |
문학촌 건너편엔 지금은 전시관으로 이용되는 김유정역이 있다. 이곳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새로 지은 경춘선 김유정역이 있다. 폐역이 된 김유정역을 보면 ‘기차와 소나무’란 노래가 떠오르게 된다. 역사 앞에 덩그러니 서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옛 기차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난다면 아직 얼음이 채 녹지 않은 잔잔한 의암호를 풍광을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상상마당이 있다. 매주 토요일 무료 문화 공연이 열리는 상상마당에서는 책과 음악을 감상하며 작가들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애니메이션 박물관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연령층이 좋아할 다양한 캐릭터들이 전시돼 있다. |
◆어른이 더 좋아하는 박물관들
어린 자녀와 춘천을 찾는다면 아이들이 즐거워야 부모가 편하다. 이럴 땐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로봇체험관을 들러보자. 1층은 영화, 카메라의 발전 과정을 설명한 곳이고, 2층에는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어린 자녀보다는 함께 온 부모들이 좋아했던 아톰, 미키마우스, 스머프 등이 전시돼 있다. 어린 자녀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로는 ‘구름빵’의 주인공 홍비와 홍시 등이 있다. 가족들이 직접 구름빵 만화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히는 더빙 체험을 한 뒤 파일을 가져갈 수도 있다.
로봇체험관에서는 태권V, 철인28호 등 다양한 로봇들을 보고 체험해볼 수 있다. |
로봇체험관에서는 로봇축구 등 로봇을 이용한 흥미진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
‘강남스타일’ 등의 댄스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는 로봇체험관의 매직로봇유랑단. |
춘천=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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