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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최순실, 부영에 토지 받고 회장직 거래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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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6 19:43:26 수정 : 2017-02-07 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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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안종범 공판 증언 / 고씨 “崔가 더블루K 설립 지시” / 국정농단 사태 후 최씨 첫 대면 / “미르, 차은택에 떠넘겨라” 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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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이 K스포츠재단이 추진한 ‘5대 체육 거점 사업’에 지원 의사를 밝혔을 때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체육단체)회장 자리 하나 주고 토지를 받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의 입을 통해서다. 한때 돈독한 관계였다가 사이가 틀어지고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뒤 처음 만난 최씨와 고씨는 서로 더블루K가 상대방 소유의 회사였다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고씨는 K스포츠재단의 5대 거점 사업 추진 당시 기업 지원금 유치 과정을 설명하다가 “최씨 입에서 직접 ‘건설사가 땅을 주겠다고 하니 이 사람에게 회장 자리를 하나 주고 토지를 받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밝혔다. 이 건설사는 부영그룹이다. 당시 부영 측이 제주도 토지를 K스포츠재단에 지원하는 대신 이중근 회장에게 체육연맹회장직을 주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 재판에서 증언하려고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그러나 부영 측에서 세무조사 무마 조건을 내세우면서 ‘거래’는 무산되고 5대 거점 사업 기부금은 롯데그룹 몫이 됐다는 후문이다. 최씨가 체육계 연맹회장직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씨는 또 친구인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의 지난달 24일 법정 증언처럼 ‘최씨가 K스포츠재단의 기금 규모를 1000억원대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달 31일 공판에서 “기업에 내가 1000억원을 얘기했다는 건 너무 황당무계한 얘기”라고 반박한 바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두 사람은 더블루K의 소유주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고씨는 “더블루K 설립과 운영 모두 최씨 지시로 이뤄졌고 내가 더블루K 이사직을 그만둔 것도 최씨에게 잘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했던 최씨가 “더블루K 정관을 고씨가 만들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최씨가 전화번호를 알려준 곳에 돈을 주고 의뢰해서 정관을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씨가 자신의 금융거래 내역 등을 감추려고 주로 현금만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고씨는 더블루K 설립 당시 최초 자본금 5000만원과 사무실 임대보증금 4000만원을 모두 최씨에게서 받은 5만원권 현금 다발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건 제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고씨는 지난해 8월 최씨와 당시 KEB 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이었던 고모씨, 인호섭 미얀마 무역진흥국 서울사무소 관장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해 유재경(59) 주미얀마 대사를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건' 제9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또 증인으로 나온 이성한(45)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 한강 반포주차장에서 최씨와 만나 나눈 대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언론을 통해 미르재단이 최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 녹음된 것이다. 최씨는 자신이 “미르재단 문제를 차은택에게 떠넘기라”고 회유하는 발언 등이 나오자 이씨가 돈을 요구하며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고 성토했다. 최씨는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이씨의 반박에도 “절대 없느냐”, “하늘에 맹세코 없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재판 도중 한 여성 방청객이 최씨의 혐의를 부인하며 고씨를 압박하는 신문을 이어 간 최씨측 변호인을 향해 “그렇게 돈이 좋으냐. 나라는 다 망가져 가는데 나라 잡아먹은 것들을 비호한다.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소리쳐 소란이 일었다. 이 방청객은 퇴정 명령을 내리는 재판장에게 “죄송한데 너무 화가 나서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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