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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小窓多明] 부끄러운 상대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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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6 21:48:25 수정 : 2017-02-06 21: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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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수족된 민정수석·검찰
그들의 직무유기가 국난 불러
작은 비리도 용납않는 각오로
‘서릿발 사정’의 본분 다해야
“화산 남쪽 한수 북쪽 천년 승지 서울. 청계천 광통교를 건너 종로 운종가로 들어가면, 가지 축축 늘어진 멋진 소나무와 우뚝 솟은 늙은 측백나무에 에워싸인 추상같은 위엄이 서린 사헌부. 아! 오랜 세월을 두고 청렴결백한 바람이 감도는 광경 어떻습니까. 모인 관원들은 모두 영웅호걸과 당대의 인재들, 아! 나까지 보태서 몇 분이나 됩니까.”

고려 말에 벼슬길에 올랐다가 친원파와 친명파의 갈등 속에서 한때 유배를 당하기도 했지만, 곧 인품과 덕망으로 조선조에 들어 대사헌으로 오른 양촌(陽村) 권근(權近·1352∼1409). 그는 대사헌으로 출근하면서 직장인 사헌부의 위용과 자신의 포부를 담아 ‘상대별곡(霜臺別曲)’이란 가사를 짓는다. 검찰과 감사원을 겸하고, 언론기능까지 있어서 왕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사정없이 탄핵했던 부서이기에 사헌부는 서리 상(霜)자를 써서 상대(霜臺)라 불리었다. 또 그렇기에 추관(秋官), 곧 가을관청이라고도 했다.


이동식 언론인·역사비평가
우두머리 대사헌이 부임하는 날에는 모든 관원이 도열해서 예로 맞이하게 돼 있는데, 왕이 흠결이 있는 자를 총애해서 낙하산으로 임명하게 되면 취임하는 날 관원들은 도열해 맞지 않고 자리에 앉은 채 본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는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코를 쥐고 돌아가야 하고, 왕이 직접 사헌부에 와서 통사정을 해야 할 정도였다. 비록 왕족이라도 비리가 드러나면, 그 죄목을 판자에 써서 가시더미와 함께 그 집 대문 앞에 세워 놓았다. 탄핵당한 왕족을 좀 봐 달라고 왕이 대사헌을 은밀히 불러 당부를 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사헌은 “그렇게 하면 관원들이 소신을 탄핵할 것입니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사헌부의 임무는 시정(時政)을 논의하고, 백관(百官)을 규찰하며, 기강과 풍속을 바로잡고, 억울한 일을 없애주는 일이었다. 이런 일은 서릿발처럼 엄해야 하는 관계로 사헌부 관리들의 몸가짐은 어느 관원보다 엄했다. 그렇다고 녹봉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니어서 의관은 늘 추레하고, 얼굴은 영양실조로 파리했지만 그 기상은 어느 누구보다 당당했다고 전한다.

사헌부는 관원의 인사에도 관여해 임금이 결정 임명한 관원의 자격을 심사하여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서경(署經)기관이기도 했다. 이렇듯 시정·풍속·관원에 대한 감찰, 인사 행정에서 엄정함을 추구하는 사헌부이기에 직원 간에도 상하의 구별이 엄해 하위자는 반드시 상위자를 예로서 맞이하고, 최상위자인 대사헌(大司憲)이 대청에 앉은 다음 도리(都吏)가 ‘모두 앉으시오’를 네 번 부른 다음에 자리에 앉는 등 자체 내의 규율부터 엄격했다고 전해진다. ‘용재총화’ 권1에 전하는 내용이다.

사헌부가 비리를 규찰하는 곳이라면 형조(刑曹)는 구체적으로 범죄를 적발하고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곳이라 하겠는데, 요즘으로 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이라고 하겠다. 두 기관의 하는 일이 모두 엄정해야 하고 추호도 개인의 이익이나 민원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이들에 대해서는 직급도 우대해 주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위엄과 존경을 보내고 있다.

요즘 우리 정부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것이 검찰과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몇몇 전·현직 검사들이 대형 비위에 연루돼 국민들의 질책이 따갑다. 검사에게 맡겨진 권한을 개인적인 치부에 악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이 이처럼 오랫동안 심하게 계속될 수 있었던 것도 대통령 주변을 잘 감시하고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에게 해결을 요구했어야 하는 민정수석실이 맡겨진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말하자면 직무유기를 했기 때문으로 많은 사람은 믿고 있다. 검찰만이 아니라 사법부도 때로는 법조계의 비리를 걸러내지 못하고 국민의 법 감정과 배치되는, 팔이 안으로 굽는, 제 식구 감싸기식의 판결로 국민을 분노케 한다. 고위 검사이기에 잘 봐 달라고 100억원이 넘는 돈을 주었다는데도 우정이라고 판결한다.

추상같은 검사로 알려졌던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임명되기 한 달 전쯤 한 언론에 작금의 검찰의 모습이 가을관청이 가을추위에 떠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가을이 꼭 필요하듯, 검찰기능을 마냥 없애거나 줄일 수는 없다. 가을의 위엄을 되찾기 위해서는 검찰 스스로 추관(秋官), 상대(霜臺)의 서릿발 같은 자기 정화가 필요하다. 문제 있는 사람은 가차 없이 제거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야 할 것이다”라고 했으나 그 자신 그러한 소신과 상관없이 임명장을 받고 한 달도 안 돼 물러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권근의 상대별곡은 사헌부 관원들이 출근할 때에 “학 무늬 가마와 난새 무늬 수레를 타고 출근하는데, 앞에서 소리치고 뒤에서 옹위하며 좌우로 잡인들의 접근을 막으면서, 아! 사헌부 관원들이 등청하는 모습! 어떻습니까. 그 모습 엄숙하구나”라고 자랑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다른 정부 부처에 한두 명이 있는 차관이 50명 가까이나 있는 검찰과 법무부, 그들 모두에게 번쩍이는 출퇴근용 고급 승용차가 제공되는데, 이들이 예전처럼 시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당당하게 출근하려면 국민이 맡겨준 막중한 책무를 다해야 하고, 스스로 사소한 잘못도 용납하지 않는 자세로 추상같은, 아니 엄동설한 같은 기강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 사법 신뢰도는 세계 42개 나라에서 39번째라고 한다. 왜 맨날 특검을 해야 하는가.

이동식 언론인·역사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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