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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캐비닛' 유력 대선주자의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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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6 17:25:33 수정 : 2017-02-06 17: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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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예비내각)’이 대선 가도 선두 질주중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양날의 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 전 대표측은 “벌써 대통령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 때문에 출마선언이나 대선캠프를 꾸리는 것조차 시기를 정하는데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정권 인수 기간이 없는 이번 대선 특성상 섀도 캐비닛 구성은 유력 대권주자의 책무이자 대선 흥행카드이기도 하다.

야당이 정권획득에 대비하여 조직하는 내각을 뜻하는 섀도 캐비닛은 원래 영·미 정치권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선 군사독재 이후 13대 노태우 대통령때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되면서 조각이 이뤄져왔기에 섀도 캐비닛은 유의미한 전례가 없다.

이처럼 생소한 섀도 캐비닛을 이번 대선 정국에서 처음 끄집어낸 건 문 전 대표 본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로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된 지난해 12월 20일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어떤 분들이 함께 국정을 수행하게 될지에 대한 부분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각 국민의당이 “헌재 탄핵심판 결과도 나오기 전부터 취임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고 공격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완전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떤 분들이 함께 국정을 수행하게 될지에 대한 부분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적절한 시기에 섀도 캐비닛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낙마 등으로 문 전 대표 대선 승리가 한층 유력해지면서 그의 섀도 캐비닛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언론에서 실명을 거론한 섀도 캐비닛 관련 기사가 나오자 문 전 대표측은 매우 우려하는 반응이다. 그의 대변인격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민에게 혼돈을 줄 뿐 아니라, 기사에 거론된 당사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 전 대표도 “우리 내부에서도 사실이 아닌 것을 얘기하여 국민에게 잘못 전달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적폐청산,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칫 이 문제가 너무 빨리 주요 쟁점으로 부각하면 대세론을 공격하는 구실을 주거나 대선 전략에도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다면 당과 협의해 ‘차기 내각 구성 기준과 원칙’을 미리 밝힐 수도 있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문 전 대표가 정당이 정권 운영을 책임지는 ‘정당책임정치’를 강하게 공약하는 것도 섀도 캐비닛 논란과 상충한다. 문 전 대표는 연일 “정당책임정치의 가장 핵심은 인사”라며 “정부를 구성하는 인사에 대해서 정당과 협의하고 정당에게 추천받는, 정당 인사가 정부에 참여하고 국정경험을 쌓아가고 그분들이 다음 정권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 정당책임정치의 요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당과 협의 없이 캠프 차원에서 예비 내각의 개별 인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측은 물밑에선 상당히 수준으로 섀도 캐비닛을 준비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인수위가 없는 이번 대선 특성상 어느 주자라도 차기 정부 구성을 지금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자칫하다가는 당선인 혼자 청와대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캐비닛을 준비중이며 어디까지나 본선이 시작된 후에라야 공개되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탕평인사로 문재인식 협치를 보여주며 야권공동정부 수립의 초석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성준·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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