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전경. 1호기(오른쪽) 공정률은 96%로 오는 5월 시범가동 예정이다. 2020년 4호기까지 완공되면 UAE 전력량의 20%를 공급하게 된다. 한국전력 제공 |
이런 와중에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짓고 있는 바라카 원전(총 4기)을 원전 건설의 모범으로 지목했다. 잡지는 “바라카 원전이 인접한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만큼 관심을 못 받지만 콘크리트는 3배, 강철은 6배를 사용한다”면서 “놀랍게도 완공 기한, 예산에 맞게 가동에 들어갈 ‘대단한 업적’, ‘기술의 개가’”라고 평가했다. 한전 측은 “바라카 원전은 당초 계획된 공정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 중인 세계 유일의 3세대 발전소”라며 “1호기 공정률은 96%로 5월 중 시험가동, 연말 완공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잡지에 따르면 세계 대부분 지역의 원전 건설은 처참한 수준이다. 세계원자력(Global Nuclear Power)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55개 원전 가운데 3분의 2는 공기가 지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원자력 공급의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됐던 유럽 가압형 원자로(ERP)와 미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은 이번 세기 초 고안됐는데도 아직 설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잡지는 “한국의 성공 이유는 일관성”이라며 “한국은 40년간 꾸준히 원자력에 투자했고 90년대 이후 독자적인 기술을 사용해 왔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항상 익숙하고 동일한 공급사, 건설사와 사업을 할 수 있고, 자본비용(capital cost)이 지난 20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된 반면 프랑스와 미국은 3배 가량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원전 수주 소식은 2009년 바라카 원전을 끝으로 끊겼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전 172기가 새로 건설될 9088억달러(약 1040조원) 규모의 시장은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중국과 일본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그간 원전수출산업이 시공 중심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면서 “금융의 중요성이 큰 국가대항전이기 때문에 산업과 금융의 역량을 집결시키기 위한 노력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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