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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파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 "트럼프 정부 다음 타깃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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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5 11:12:07 수정 : 2017-01-25 1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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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FTA·나프타)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통상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라고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이 경고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24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에서 열린 조지워싱턴대 한국경영연구소(KMI) 주최 신년 세미나에 참석한 뒤,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이전 정부와는 다른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통상 문제 접근법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무역 관련 레이더를 가동해 다음 목표물을 찾는다면 한국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이같은 결론을 내릴 경우엔 환율, 무역 적자, 불공정 행위 등을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한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환율조작국 관찰대상국으로 꼽혔으며, 미국은 한국과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는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미국 업체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도 문제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차기 통상 압박 대상국가로 삼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버비 부회장은 그러면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대신에 양자간 협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국정기조는 한국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오버비 부회장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예상 행보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무역협정 폐기나 수정 등은 면밀한 검토를 기반으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트럼프 정부가 특정한 목표를 정해놓고 움직이는 점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TPP 탈퇴와 나프타 재협상에 나서는 대신에 양자 무역관계를 추진하기로 한 점은 한국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양자 무역협정을 한국이 이미 여러 국가와 체결한 점을 들었다. 오버비 부회장은 “한국은 세계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과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높은 수준의 양자 간 FTA를 체결한 한국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가 체계를 정비할 때까지는 한국이 독보적인 입장에 설 수 있다”며 “다자간 협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양자간 협상이나 수정에는 시간이 걸리며, 많은 난관이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례로 오바마 정부가 출범할 당시 미국은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와 FTA를 체결한 상태였지만, 새로운 협정 추진을 위해 다른 나라와 대화를 나눈 것은 정부 출범 2년이 지난 뒤였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이날 세미나 연설에서도 “미국 업계는 여전히 한·미FTA가 “골드 스탠다드’라고 믿고 있고, 또 이는 미국이 맺은 무역협정 가운데 가장 최고 수준의 규칙을 자랑하는 무역협정”이라며 “아시아는 사업하기에 힘든 곳인데, 미국이 공식적으로 TPP에서 탈퇴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한·미FTA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미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잘못된 언급”이라고 반박했다. 그 이유로 “통계로 볼 때 미국은 무역협정을 체결한 20개국 가운데 14개국으로부터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특히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보고서를 보면 한·미FTA가 없었다면 미국의 적자규모는 최소 수십억 달러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2009년 미국으로 귀국하기 전까지 21년 동안 근무한 한국의 사정을 잘 아는 지한파 미국 기업인으로 꼽힌다. 1988년 AIG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1995년 수석부회장으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합류해 2005년부터 4년 동안 상근 대표를 맡았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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