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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갈길 먼 장애인 인권… 평등한 사회 만들기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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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6 21:15:01 수정 : 2017-01-06 2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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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 흔히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불리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로 제정 10주년을 맞았다. 노무현정부 시절 만들어진 이 법은 장애인 인권 옹호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나 장애인 단체 등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사회가 온통 뒤숭숭했던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연대) 사무실에서 박김영희(56) 대표와 만났다. 인터뷰 열흘 전쯤 연대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이 공동으로 수여한 제7회 태평양공익인권상을 받았다. 동천 이사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은 박김 대표에게 상을 건네며 “차별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오랜 시간 헌신한 점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인사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평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해선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남제현 기자

수상 축하로 시작한 대화는 시국 이야기로 흘러갔다. 박김 대표는 신문에서 최순실 게이트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만날 ‘복지예산이 올랐다’고 하지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맞춤형 복지에 이르려면 많이 부족하거든요. 뉴스를 보면 몇십 억, 몇 억 얘기가 쉽게 나오는데 우린 예산 몇만 원, 몇천 원 더 늘리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으니…. 상대적 박탈감 내지 공허감을 느껴요.”

연대의 출범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애계 모든 단체가 모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운동을 시작한 것이 모체다. 지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잘 지키는지 감시하는 모니터링과 차별을 당했다고 느끼는 장애인들의 신고 사항을 처리하는 일을 주로 한다.

“얼마 전 대구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음식점 입구에 휠체어 장애인들이 드나들기 편하게 경사로를 만들었더니 구청이 ‘불법’이라며 철거했습니다. 차별 신고를 받고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살펴봤죠.”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편의증진법) 조항과 도로법 조항이 서로 충돌하는 점이 근본 원인이었다. 장애인 등의 쉬운 이동을 위해 경사로 설치를 의무화한 편의증진법과 달리 도로법은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경사로 시설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박김 대표는 “장애인을 차별할 소지가 있는 법률 조항이 아직 곳곳에 있다”며 “이들을 찾아내 개정을 요구하는 게 우리 임무”라고 말했다.

옛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제도를 대체한 후견인 제도도 마찬가지다. 혼자 사리분별을 하기 힘든 이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주려는 제도 취지는 좋으나 자칫 장애인의 의사결정권과 선택권을 완전히 박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경우 법원에 신청하면 후견인이 지정됩니다. 장애인 입장에선 어떤 부분에 한해 후견이 필요할 뿐인데 누군가에게 의사결정을 전부 맡기는 결과가 되는 셈이죠. 선택할 때 남의 도움을 받는 것과 선택권 자체를 남한테 완전히 맡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선 소송도 중요하다. 연대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장애인이 입은 피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고령의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장애인이 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그만 메르스 의심환자 판정을 받았다. 남의 도움 없이는 운신조차 어려운 장애인에게 격리수용은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박김 대표는 “전염병 등 재난으로부터 장애인을 어떻게 보호할지 국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김 대표는 법조계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정신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한 ‘만득이’ 사건 등에서 가해자들의 처벌 형량이 너무 약하다는 게 이유다. 박김 대표는 “문제의 본질은 장애인 인권침해인데 법원은 ‘그래도 농장에서 일하게 해주고 입혀주고 재워준 게 어디냐’며 마치 수혜자처럼 여기는 듯하다”며 “법관들이 가해자와 같은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판사, 검사, 국선변호인 등에 대한 장애인 인권교육 실시 의무화를 대안으로 들었다.

“장애인이 피해자 또는 피의자인 사건을 담당할 경우에 대비해 법조인들이 최소한의 기본적 소양은 갖추고서 재판, 수사, 변호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정신장애인이 일으킨 몇몇 범죄 때문에 정신장애인을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는 풍조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이런 차별까지 모두 극복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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