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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였다면… 지금 ‘반정’ 일어났을까

입력 : 2017-01-06 20:49:20 수정 : 2017-01-06 20: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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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국정농단사태에 국민들 개탄
유교 정치 이념 통해 오늘의 해답 모색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가 가장 가볍다”
‘맹자’ 구절처럼 왕조시대 ‘민본’은 기본
이 시대 추구해야 할 정치의 본연 고민
안외순 지음/글항아리/1만4000원
정치, 함께 살다/안외순 지음/글항아리/1만4000원


정치가 개판이다. 언젠들 안 그랬냐 싶다가도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생각하면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다. 그 탄식 끝에 왕조시대, 봉건시대 운운하는 말들이 많았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는 한탄이었다. 현대의 정치가 왕조시대의 그것보다 발전했다는 확신이다.

저자는 왕조시대 운운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전통사회에 대한 심각한 근대중심주의적 오해”라고 규정한다. “유교를 정치 이념으로 하는 왕조국가, 특히 한반도에 존재했던 왕조국가에서는…이 정도의 국정농단 사안이면…반정이든 방벌이든 혁명이든 쫓겨나도 열두번은 더 쫓겨났다”고 강조한다. 전근대의 국가는 어떤 정치를 지향했을까.


유교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맹자는 부도덕한 군주에 대한 백성들의 저항을 옹호함으로써 혁명을 지지했다. 조선의 대학자인 조식, 정약용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은 유교정치이념에서 백성이 근본이었음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맹자, 조식, 정약용.
글항아리 제공·세계일보 자료사진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영토)이 다음으로 귀하며 군주(주권)가 가장 가볍다.”

백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규정하는 ‘맹자’의 한 구절이다. ‘민본’(民本)은 실제야 어찌되었든 동서고금 어느 통치자라도 부인하지 않는 가치인지라 형식적인 수사로 들릴 수 있지만 유교의 정치이념은 “오직 국민을 위하여, 국민에 의거한 정치를 할 것을 집요할 정도로 일관되게” 주장했다. ‘서경’에서 “하늘이 보는 것을 백성이 보고, 하늘이 듣는 것을 백성이 듣는다”라고 한 것은 맹자에 이르러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구조로 명확하게 바뀌었다.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 정치는 ‘양민’(養民), 즉 민생해결에서 시작한다. 흔히 유교정치가 도덕성을 강조하고, 물질적인 것을 도외시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공자는 물질적 궁핍으로부터의 구제를 넘어 백성의 부유함에 이르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맹자의 민생론은 좀 더 강렬하다.

“백성은 안정된 직업이 보장되지 못하면 안정된 마음도 없다. 안정된 마음이 없으면…종국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없다. 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처벌한다면 백성을 그물로 긁어서 투옥시키는 것이다.”

민생론은 ‘균민’(均民)에 이르러 지금의 한국인이 열렬히 소망하는 공정사회의 구현으로 이어진다. 균민은 가치 분배의 형평성 구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가난 자체보다 경제적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적 가치의 불균형을 문제 삼았다. 그렇다고 무차별적 평등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기계적인 평등이 역으로 불공평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컨대 일하지 않은 자가 똑같이 누리는 것은 열심히 일한 자에게 부당함을 안겨준다. 공평성이 관건이다. 이 때문에 ‘균’은 ‘화’(和)와 함께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혁명적인 방벌(放伐)’에 나서야 한다는 게 유교적 이상정치의 구상이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조식은 백성의 혁명권을 적극 지지했다. 군주와 백성의 관계를 배와 물의 관계에 비유하며 군주가 폭정을 하면 백성이 들고일어나 배를 뒤집듯이 정권을 뒤집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정약용 역시 “천자라는 최고 통치자의 존재는 군중의 추대에 의한 것이고, 그런 만큼 군중이 추대하지 않으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책에 담긴 내용들은 실제와는 괴리된 이상, 나쁘게는 공염불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끊임없이 바라고, 추구해야 할 정치의 본연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할 때 참고할 만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다양한 정치적 욕구들이 여기저기서 분출하며 충돌할 것이 분명하다. 결론이 어찌되었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가 분기점이 되리란 예측은 어렵지 않다. 그 혼란의 와중에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정치를 알아야 한다. 저자는 책 머리에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배치하고 이렇게 말한다.

“국가가 인간 개개인의 공존을 위해서 출범했다면, 이러한 공존을 위한 국가의 행위나 실천활동이 바로 정치다. 따라서 개인의 삶에 국가가 필수라면 정치 또한 필수다.…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이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이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각각의 소주제를 길지 않은 글에 밀도 있게 녹인 저자의 글솜씨에 신뢰가 간다. 관련된 내용의 원전을 별도의 장으로 만들어 소개하고, 해설을 달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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