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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게 지시할 사람은 대장뿐”… 3인방끼리 충성 경쟁도

입력 : 2016-12-12 18:32:22 수정 : 2016-12-12 23: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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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보도 - '정윤회 문건' 보도팀의 취재 메모 ①] 문건 초안 ‘시중여론’ 속 안봉근 위세 / “박 대통령이 내게 핸드백도 맡겨… VIP와 저녁 먹으며 국정 의견 나눠” / 과음 상태 자기 과시 발언 쏟아내 / 정호성·이재만 등 이야기 나오면 “대장은 나를 신뢰한다” 실세 부각 세계일보가 2014년 11월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한 ‘정윤회 문건’의 초안격인 ‘시중여론’에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문고리 권력’의 위세와 행태도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었다. 안 전 비서관이 인사와 공천 등에 개입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발언은 수두룩하다.

시중여론은 ‘문고리 3인방’의 한 명인 안 전 비서관이 비공개 자리에서 측근 권력을 은근히 과시한 정황을 보여준다.

시중여론은 우선 “지금 청와대 들어오려면 나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정에서 조응천 공직(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증한다고 해도 대장께 최종 확인은 내가 받는다. 각 수석들이 자기들이 올린 사람에 대해 나에게 ‘일찍 해 달라’. ‘어떻게 돼 가냐’ 등을 물어보면서 내 앞에서는 눈치만 보고 슬슬 긴다”고 적고 있다.

2015년 9월7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열린 대구광역시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중여론에는 특히 “‘내가 대장에게 한마디만 하면 수석 한둘쯤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말이 비서관이지 실장보다 내가 더 결정권이 있다. 나는 대장 빼놓고는 나에게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과시성 발언을 하였음”이라고 쓰여 있다.

시중여론 속 그의 발언을 통해 문고리 3인방 간에 내밀한 권력투쟁이 있었음도 드러난다.

시중여론에서는 안 전 비서관이 “어느 정도 과음이 된 상태에서 정호성(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안봉근은 자신이 VIP(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것을 과시하기 위해 ‘대장(박 대통령)은 나를 신뢰하기에 모든 것을 다 맡긴다’”고 과시한 장면을 담고 있다. 안 전 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 전 비서관 등 측근 3인방 중에서 자신이 더 실세라는 점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정권 초반과 중반, 후반을 거치면서 3인방의 역학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진행됐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청와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대선 때 사고로 숨진 이춘상 보좌관이 있을 때는 그가 최순실씨 밑에 있어서 3인방의 역할이 뚜렷이 구분돼 관리가 됐지만 그 이후에는 최씨가 실세인 줄 아니까 충성경쟁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정윤회 관련 문건의 초안 성격인 ‘시중여론’ 보고서. 보고서에는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문고리 권력’과 함께 인사 및 총선 공천개입 정황 등이 담겨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 등은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남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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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문고리 3인방의 전횡 의혹을 뒷받침하는 공개적인 발언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조 전 비서관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에서 “안봉근은 최순실의 명에 따라 수시로 인사개입을 자행했고,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최순실 인사를 실행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정윤회나 문고리는 VIP(박 대통령)의 ‘피부’다. 피부가 문제가 생기면 수술을 해야 한다. 나는 ‘옷’이다. 옷은 벗으면 그만이지만 문고리는 떼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감찰 이유에 대해 “말이 많았으니까. 온갖 이권에 개입하고 불미스러운 보고가 (경찰과 검찰, 국정원 등 기관에서) 계속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2014년 1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만들고 보고한 당시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실의 조응천(왼쪽) 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오른쪽).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도 지난달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전 비서관이 필요 이상으로 나서며 장·차관들과 대통령의 접촉을 가로막고,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장관들과 공공기관장들이 참여하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들어오는 등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시중여론에는 이밖에 “안봉근은 다른 사람들이 식사 자리를 하고 있으면 거의 끝날 무렵 합류하거나 2차 술자리로 직접 오는 사례가 많은데 ‘아이고 요즘은 바빠서 정신이 없습니다. VIP는 6시가 되면 관저로 이동하는데 그때부터는 중요한 인사 등에 대해서 저에게 물으시고, 저는 거의 관저에서 VIP와 저녁식사를 같이하면서 종합적인 의견을 건의한다’면서 자신을 과시하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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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에선 이들 비서관에 대해 연설문 유출과 순Siri 출입시 편의제공만 지적하는 것 같은데 비서실장, 장관도 못한 수시 독대를 하던 실세 권력자들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시중여론에서는 이밖에도 안 전 비서관이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에도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앞서 정치권에서 최씨가 4·13총선에서 비례대표 3명의 공천에도 개입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최씨가 비례대표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로부터 제기됐다. 김 전 대표는 “내용을 다 알 수 없지만 (공천개입)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최씨가 영향을 미쳐서 들어온 사람들을 전부 찾아내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비서관은 최씨의 청와대 출입을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 취임(2013년2월25일)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11월 사이 청와대 행정관 차량을 이용해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듯 출입했다. 규정상 반드시 소지해야 하는 ‘비표’를 생략하고 출입한 것도 10여차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에서도 당시 안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 늦을 때 “최 여사(최순실)가 오늘 유독 말을 많이 했고 주문이 많았다”는 식으로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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