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기는 ‘새누리당 깃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도 ‘새누리당 규탄 서울시민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새누리당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날 오후 4시부터 청와대를 동·서·남쪽으로 에워싸는 행진과 집회가 시작됐다. 동쪽으로는 청와대 춘추관 방면 진입로인 팔판동 126 맨션 앞, 서쪽으로는 효자치안센터 앞, 남쪽으로는 청와대 사랑채 인근 자하문로16길 21에서 집회가 일제히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130여명은 효자치안센터 앞을 향하는 시위대 선두에 서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의경들을 향해 국화를 던졌다.
5차 집회에 이어 이날 집회에서도 소등 행사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를 담아 오후 7시 1분간 불을 껐다. 일각에서는 광화문광장 바로 옆 주한 미국대사관이 소등 행사에 동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후 7시 주한 미국대사관에서도 불이 꺼졌다가 약 1분 뒤 다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미국인 패트릭 보더(68)씨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
‘한국식 민주주의 집회’를 직접 경험하러 온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전날 하와이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미국인 패트릭 보더(68)씨는 “40년 전 군산의 한 비행장에서 근무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알고 있고, 그의 딸 때문에 사람들이 광장에 모인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카메라에 담던 그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나선 시민들이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감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평화 집회의 숨은 공신이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 따르면 이날 자원봉사를 자청한 시민 100여명이 안전 관리, 길 안내 등을 도왔다.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 걸린 현수막이 새누리당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던진 계란에 맞아 얼룩져 있다. |
◆새누리당 당사 앞 규탄 집회…보수단체 맞불 집회도
광화문광장 일대를 뒤덮은 촛불은 정치 일번지인 여의도까지 번졌다.
서울진보연대가 영등포구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주최한 ‘새누리당 규탄 서울시민대회’에는 2만명(주최 측 추산)이 “새누리당은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소극적인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이들은 당사 벽면의 현수막에 계란을 던지고 새누리당 로고가 있는 깃발을 동시에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6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새누리당 해체 요구 집회에서 시민들이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채택, 탄핵 추진에 제동을 건 새누리당의 대형 깃발을 찢고 있다. |
이들 시위대는 한국방송(KBS) 본관과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앞을 행진하며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욕설이 오가는 등 일부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서울진보연대의 한 회원은 “박정희는 친일파”라고 외쳤고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새누리당 당원은 “난 당신들과 달리 혼자 시위한다 XX들아”라고 맞받아치며 몸싸움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다.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윤창중. |
박진영·이동수·이창수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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