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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없어도 노래가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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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3 23:34:04 수정 : 2016-12-04 01: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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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발언에 거침없는 ‘폴리싱어’(polisinger)들/“음악은 무기” 광화문 뒤덮은 ‘노래의 물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반드시 옵니다!”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170만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은 무대에 나선 가수 한영애(59)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가수로는 유일하게 무대에 오른 한영애는 촛불을 든 시민들과 함께 ‘갈증’, ‘내 나라 내 겨레’, ‘홀로 아리랑’, ‘조율’을 열창했다.

JTBC 유튜브 영상 캡처.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특히 마지막 곡으로 부른 ‘조율’의 가사는 현 시국상황과 절묘하게 연결돼 짙은 여운을 남겼다.

한영애 페이스북 캡처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상은 쓰러지지 않고 부러지지 않은 이들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한 한씨는 이날도 “여러분 지치지 마십시오. 오늘 우리의 촛불이 또 다른 민주의 역사를 쓰는 새로운 장이 될 것입니다”라며 소신을 밝히는데 거침이 없었다.

이승환, 조피디, 정태춘, 전인권, 안치환, 양희은….

유례없는 비폭력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노래’는 촛불시민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정치적 의견 개진에 거침이 없는 이른바 ‘폴리싱어’(political+singer)들은 현 정권에 대한 분노를 결집시키는 동시에 집회 참가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4차 촛불집회에서 ‘애국가’와 ‘걱정말아요 그대’ 등을 부른 가수 전인권(62)의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당시 집회에서 수십만명과 함께 이른바 ‘떼창’에 참여한 시민들은 “전율이 일었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26일 집회 무대에 오른 양희은(64)의 ‘상록수’와 ‘아침이슬’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날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한영애’, ‘한영애 조율’이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가수 이승환(52)도 대표적인 폴리싱어 중 한명이다. 앞서 광화문 촛불집회 콘서트에서 자신의 노래를 ‘박근혜 하야하라’는 내용으로 개사해 부른 이승환은 평소에도 ‘사이다 발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SNS를 통해 ‘촛불을 횃불처럼 밝히자’, ‘2일 탄핵, 즉시하야, 개헌 반대’ 등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집회현장 곳곳에 인디 뮤지션이나 대학생 밴드가 등장해 집회를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사뭇 비장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됐던 과거 집회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3일 집회에서도 ‘근혜는 안 돼’라며 국악을 이용하거나,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가’ 등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들의 노래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집회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결속력을 높인다는 평가다.

앞서 힙합 뮤지션 ‘가리온’이나 DJ DOC 등도 현 시국과 관련한 노래를 발표해 커다란 호응을 끌었다. 청와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가며 억압하려던 문화예술인의 표현의 자유가 오히려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훌쩍 성장한 분위기다.

지난 한 달 간 집회에 계속해 참여한 직장인 이은경(46·여)씨는 “긴 시간 동안 연사의 연설만 들으면 지루해질 수 있지만 노래가 ‘쉼표’가 될 수 있다”며 “집회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을 한데 묶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노래는 일종의 무기”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에서 불리는 노래는 (폭력 등 이유로) 촛불집회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측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윤도현밴드, 시나위, 이은미씨 등 집회에 함께 하겠다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문의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이들 공연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투쟁하면서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위대하고 보람찬 집회 시위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이 떨어뜨린 국격과 명예를 국민이 회복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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