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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군입대 피부색이 무슨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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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1 01:27:51 수정 : 2017-02-09 17: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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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나이’ 한 해 1000명씩 입대 / 아래로부터 조용한 의식혁명 불붙어
최근 한국사회는 총체적 난국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농단 쓰나미가 청와대를 덮치고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국민 촛불집회가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을 메우고 있다. 연일 발표되는 흑막과 부패의 커넥션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서도 박수갈채를 받는 것은 질서 있는 시민의식이다. 매주 열리는 대규모 촛불집회임에도 일관된 평화적 시위를 유지하고 있다. 연이은 100만명이 넘는 집회에도 경찰과 충돌하지 않고 누구 하나 연행되지 않은 채 소기의 목적을 거두고 있다. 집회가 끝난 다음에는 시민 스스로 거리의 쓰레기를 치운다. 바리게이드 경찰차에 사랑의 스티커를 붙이는가 하면, 경찰은 그 앞에서 시민을 위해 휴대전화 사진을 찍어 주는 장면도 보인다. 집회와 시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화염병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이나 물대포로 대응하던 과거의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이와 같은 저력과 자정 능력은 향상된 시민의식에 기인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윗물이 맑기를 기대할 수 없다. 윗물이 맑지 않아도 아랫물은 스스로 자정한다. 장관 청문회 때마다 대두되는 단골 메뉴가 부동산 투기, 논문 중복게재, 병역 면제 등이다. 권력과 밀접한 우리 사회 상층부의 전유물이다. 서민에게는 낯선 용어들이다.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한때 병역은 국민의 신성한 의무라고 일컬었다. 물론 이는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한 일부 연예인의 병역 기피 역시 사회적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다. 재벌 가족과 외교관, 고위층 공무원 자녀의 특혜로 적용되기도 한다. 해외 교포 가운데 군대 가지 않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 국군도 2025년부터는 다문화군대로 변모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다문화가정 출신 자녀가 매년 1000명씩 현역에 입대하고 있지만 매년 증가해 2025년부터는 연평균 8500여 명씩 입대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완득이 엄마’로 잘 알려진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 아들 이승근씨가 군에 입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군대는 ‘당연히 가야 한다’며, ‘의무를 다해야 권리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1992년에 국제결혼을 해 21년째 국내에서 생활하는 일본 출신 미가이 유코씨도 얼마 전 아들을 군대에 보냈는데, 한국에서 제 역할을 하며 당당하게 살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려면 “스스로 외국인이라고 여기지 않고 당연히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군대에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여겼던 다문화가정 자녀들이지만 이제는 어엿이 국방 의무를 다하겠다고 피력하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출생 시 이중국적을 취득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인 18세에 이르면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 국적을 갖지 않으면 군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한때 외모가 다른 혼혈인, 속된 표현으로 ‘튀기’라는 명목으로 입대마저 거부되어 신체검사에서 옷도 벗지 않은 채 낙제인 4급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불합리한 대우로 아무런 사회적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고차원적인 차별이었다.

그동안 보살핌이나 수혜의 대상자로만 여겨졌던 다문화가정 자녀의 자진 입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수행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복무이면서도 그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조용한 의식혁명이다.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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