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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가난한 노후…빈곤 탈출 어려운 대한민국

입력 : 2016-11-28 05:00:00 수정 : 2016-11-28 07: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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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0명 중 8명이 평생 '일자리 걱정'을 하며 살아갑니다. 20~30대 청년층은 물론, 60~70대 장년층도 마찬가지인데요. 일자리 걱정은 나이가 들어서도 끊이질 않습니다. 특히 노년에 생활비로 쓸 연금 등을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이들에게 노후는 더 힘겹기만 합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이리저리 치여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은 현실입니다.

#. 30여년간 인쇄·출판업에 종사하던 김모(61)씨는 다니던 직장에서 나온 뒤 집에 있지만 영 마음이 편하지 않다. 노후 대비용으로 모아둔 재산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나이 탓인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20~30대도 일자리가 부족해 음식점 보조 등 단순 알바를 하고 있어, 김씨처럼 은퇴한 노년층이 일할 곳은 마땅치 않다. 그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며 "'건강 80'이란 말처럼 퇴직한 뒤에도 수십년동안 살아가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는 최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이다. 퇴직 후 생계가 여의치 않자 노후에 쉬지도 못하고, 노동시장으로 내몰리는 노인들이 급증했기 때문.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들어선 데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3명 중 1명은 늙어서도 일을 하는 실정이지만 좀처럼 가난한 노후는 벗어나기 힘들다.

오는 2026년은 한국사회에서 인구구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가 본격 노년층에 진입하면서 초고령사회로 급격하게 전환된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지난해 13.1%에서 2026년 20%, 2050년 37.4%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보통 한 국가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7% 이상일 때를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라고 부른다.

◆국내 노인 인구 절반 '빈곤층'

고령화와 노인빈곤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한국 노인 인구의 절반이 빈곤층이다.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상대 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12.6%)의 4배에 달한다. 상대 빈곤율은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중을 뜻한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빈곤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2분기 '노인 단독가구'의 월 소득은 평균 97만원에 그쳤다. 그마저도 월 소득의 65%에 해당하는 62만8000원은 가족이 준 용돈 등 '이전소득'이다. 이런 65세 이상 1인 가구가 전국에 144만3000명에 달한다.

이처럼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한국 노인은 다른 선진국 노인과 달리 은퇴 후에도 편히 쉴 수 없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노인의 28.9%는 생활비 등을 보충하고자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31.3%로, 34개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36.2%)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OECD 평균(13.4%)의 2.3배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 고령층의 고용률 수준은 두드러진다. 일본은 20.8%, 영국은 10.0% 수준이었고 독일(5.8%), 프랑스(2.3%)는 한 자리대였다.

◆고령층 일자리 대부분 임시직…열심히 일해도 빈곤 탈출 어려워

게다가 고령층 일자리는 임시직 등이 대부분이어서 질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소수의 최고경영자(CEO)나 일부 성공한 자영업자를 빼고는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생계형 파산'에 직면하는 노인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3월 공개된 파산선고자 4명 중 1명이 60대 이상이라는 법원통계는 한국 노인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 빈곤과 외로움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노년층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55.5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평균 27.3명의 2배 수준이다. OECD 평균 자살률 12.0명과 비교하면 5배 수준이다.

노인 빈곤은 노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선진국의 경우 생산가능 인구 연령대(15~64세) 이후에는 연금 소득으로 살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연금 제도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노후 대책은 상당히 취약하다. 대부분의 노년층이 거주하는 집 이외 별다른 자산이 없다. 정부가 2014년 7월부터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곤 있으나, 노인빈곤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재정의 한계, 단기간 내 노인소득 보장 여의치 않아

국가재정의 한계로 단기간에 노인소득을 보장하긴 어렵지만, 노년층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정부도 노인의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고, 노후 생활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힘쓰고 있다. 정부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을 통해 다양한 노후 준비 수단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정부는 여성과 저소득·비정규직 근로자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1인 1 국민연금' 체계를 구축해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기초연금을 내실화하고 개인·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노후준비센터를 확충해 국민의 노후 준비를 도울 계획이다. 노인의 사회 활동 참여를 돕기 위한 공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홀로 사는 독거노인 등 취약노인을 함께 보살피는 '노노(老老) 케어'도 확대할 방침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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