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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문화재] 유교 건축·불교의 만남 근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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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3 21:21:13 수정 : 2016-11-23 2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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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종교는 각 종교의 교리와 원칙에 부합하는 건축 형태를 갖는다. 건축물의 배치나 조각, 문양, 제단의 배치 등에 그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 유교는 종묘나 서원에서 볼 수 있듯이, 중심 공간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세부 장식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불교는 불상을 모시는 주 불전(佛殿)의 장식이 화려하며, 다양한 문양으로 구성된 단청이 베풀어진다.

그런데 가끔 두 개의 종교가 하나의 건축물에 구현되는 경우가 있다. 경복궁 근정전이 그렇다. 근정전은 조선의 법궁(法宮)으로 건립된 경복궁의 중심 건축으로, 유교 원칙에 따라 좌우 대칭과 중심축선을 강조한 대표적인 유교 건축이다. 그런데 이 근정전의 현판 테두리(사진)를 자세히 보면 불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일곱 가지 보물인 ‘칠보’(七寶)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유교 건축의 정수(精髓)에 불교의 디자인이 어떻게 구현되었을까.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병자호란까지 전란은 당시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근정전을 포함한 많은 건축물이 소실되었고, 더불어 목수와 화공 같은 전문 건축인들도 사라졌다. 그래서 전란이 끝난 뒤 시작된 건축물 복원에는 산속 사찰에서 오랜 기간 건축을 연마한 승려 장인들이 큰 역할을 했다. 1867년에 재건된 경복궁 근정전의 현판 테두리에 불교 문양이 나타난 것은 조선 중기 전란 이후 승려 장인들이 갖고 있던 건축기법이 널리 퍼지면서 270년이 흐른 뒤 불교 문양이 자연스레 단청의 일부로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관념과 사상으로 어지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서로 대립하고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해법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근정전 현판을 보노라면 유교 경전인 ‘서경’을 근거로 근정전의 이름을 지었던 정도전과 임진왜란 때 승군을 이끌었던 서산대사의 이름이 나란히 떠오른다.

조상순·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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