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검찰에 출두한 날인 지난달 31일 저녁 8개 은행에서 벌인 계좌 압수수색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금융 거래내역만 요청했을 뿐 최씨나 그의 딸 정유라씨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몇몇 은행 관계자들은 “차씨 거래내역만 요청하더라”고 확인해 줬고, 사정당국에서도 “최씨 계좌는 당일 압수수색 대상에서는 빠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근혜정권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은 왜 최씨를 즉시 체포하지도, 그의 계좌를 압수수색하지도 않은 것일까. 또 다른 검찰 출신 인사는 “봐주기 수사라기보다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예상보다 빨리 귀국하면서 그를 체포할 준비도, 계좌 압수수색을 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도 최소한의 범죄 증거를 확보한 뒤 청구해야 발부되는데 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간의 미온적인 태도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말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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