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표출됐다. 지도부 총사퇴를 놓고 이정현 대표와 비박계 중진 간에 고성이 오가고 말싸움이 벌이지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당 지도부의 거취를 논의하는 4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양 계파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자리 박찬 김무성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병국 의원의 사퇴 요구에 언성을 높이며 항의해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무성 전 대표(뒷줄 가운데)가 일어나 자리를 뜨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이 대표는 격분했다. 그는 곧바로 “제가 무슨 도둑질한 것처럼 뭔가 있는데 말씀을 안 하시는 것 같다. 있는 대로 이야기해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 의원이 “당 대표이시기 때문에 제가 (비판을) 자제하는 거다”고 응수하자, 이 대표는 “자제하지 말아 달라. 본인이 원하는 것을 말씀해 달라”며 “아니면 그말을 취소하라”고 반격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주위 만류로 중단됐지만, 정 의원은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이 대표는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 홍보수석을 지냈다”며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회의 말미에 “당원의 선출권을 묵살할 권한은 당헌·당규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맞섰다.
양측 갈등은 4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계 인사는 “비박계가 강하게 나온다면 우리도 부딪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전의를 다졌다.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옛말에 자기가 죽은 줄 알아야 영혼의 구제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친박계는) 죽은 줄도 모르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는 정치적 타협을 극적으로 도출하지 않는다면 내분이 장기화되며 분당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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