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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 리더십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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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2 01:48:43 수정 : 2017-02-03 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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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 리더십 ‘괴물 최순실’ 키워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 새 모델 필요
정권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 개입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비틀거리고 있다. 시중에는 ‘이게 나라냐’라는 푸념과 동시에 대통령 하야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기승전 최순실’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이번 사태로 모든 국정이 멈춰졌다. 이번 사건은 역대 정부에서 발생했던 비선 실세 국정 개입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닌 일개 개인에 의해 저질러졌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최씨가 연설문을 미리 받아 보고 수정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다. 또한 대통령의 묵인이나 자발적 동의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씨로부터 “일정 기간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대통령의 비호아래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국민은 분노하고 경악했다. 연설문만이 아니라 인사· 예산·정책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개입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사태가 발생했을까. 박 대통령의 비정상적이고 퇴행적인 리더십이 ‘괴물’ 최순실을 키웠다.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 알렉산더 조지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대통령의 개성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고, 이런 개성은 대통령이 어떤 사회화 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박 대통령은 아주 기이하고 독특한 사회화 과정을 겪었다. 행정이 정치를 압살하던 유신 시절에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웠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정치는 비생산적이고,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정치보다 통치에 의존하고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박 대통령은 아버지가 최측근에 의해 시해되는 ‘트라우마’(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면서 충성과 배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사람을 재단하는 경향이 강했다. 배신자는 집요하게 응징하고, 충성하는 사람에겐 무한 신뢰를 보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1979년 청와대에서 나와 정치 입문 전까지 18년 동안 세상과 담을 쌓으면서 은둔 생활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비선 조직에 의존하는 것이 일상화됐고, 최순실은 피보다 진한 물이 됐다. 문제는 이런 폐쇄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스타일이 집권 후 불통과 만기친람(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식 리더십이라는 모습으로 드러났다. 이것이 박 대통령이 겪고 있는 모든 비극의 씨앗이다.

박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이 실패한 근본 원인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하기 싫은 것도 하게끔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이 요체다. 반면 리더십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은 권력에만 의존해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했다. 권력이 있어야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런데 리더십은 강제력, 명령, 지시가 아니라 소통, 배려, 설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협치도 생기고 통합도 이뤄진다.

최순실 사태가 주는 교훈은 대통령이 불통에서 소통으로, 은둔에서 투명으로, 통치에서 협치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루는 만기친람에서 벗어나 국무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총리제라는 새로운 국정 운영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무위원을 제청하고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국무총리와 장관이 소신과 권한을 갖고 국정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의 핵심이다. 그동안의 국정 운영은 대통령은 개혁, 총리는 의전을 담당하며 청와대가 내각을 통할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구태의연한 모델로는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대통령은 통합, 총리는 개혁을 담당하며 내각이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는 새 통치 모델이 필요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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