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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의 진리 알아야 불화에 담긴 뜻 보인다”

입력 : 2016-11-01 21:03:37 수정 : 2016-11-01 21: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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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불화 명작강의’ 펴낸 강소연 교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종교화이면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대우받지요. 그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뛰어난 종교미술 작품들이 다수 탄생했는데 사찰 불화들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사찰 불화 명작강의’를 출간한 조계종 중앙승가대 강소연 교수는 한국 사찰 불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강 교수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찰 불화 이해하는 법을 소개했다. “불화는 한국 전통미술의 백미라 하지요. 종교적 상징성과 회화적 형식미를 고루 갖춘 뛰어난 예술작품입니다. 서양의 기독교 작품들과 비교해도 예술성에서 뒤떨어지지 않아요. 다만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무위사 ‘아미타삼존도’.
불광출판사 제공
강 교수는 “불교의 진리를 조형으로 시각화한 불교미술은 불교의 진리를 알아야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석가의 진리를 이해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불화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남 강진 무위사의 ‘아미타삼존도’, 해인사의 ‘영산회상도’, 동화사의 ‘극락구품도’를 풀이해 주었다. 모두 국보로 지정된 불화이다.

“궁극적으로 불화가 전달하려는 뜻은 ‘삶의 바른 이치’입니다. 통상 불교에서는 ‘불교장엄’이라 표현하지요. 장엄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덕입니다. 진정한 공덕이란, 내가 아닌 타인을 돕기 위해 또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마음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공덕장엄’은 여기에서 나옵니다. 불교의 모든 조형미술은 공덕장엄의 표현이지요.”

강 교수는 연구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도 겪었다. “쌍계사의 괘불 ‘노사나불도’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데 무려 2년이나 걸렸어요. 보살계(속인 불자가 지켜야할 계율)를 받아야만 허락해 주겠다는 주지 스님의 명에 따라 보살계를 신청하고 기다렸는데, 도중에 주지 스님이 바뀌는 바람에 또 기다려야 했어요. ‘어디 감히 신성한 불화에 카메라를 들이대느냐’고 노발대발하는 노스님 때문에 접근하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어요.” 노사나불도는 높이 13m가 넘는 거대불화다. 매년 한 차례 쌍계사에서 열리는 보살계 수계 대법회 때만 공개된다.


동화사 ‘극락구품도’.
강 교수는 “불화를 연구하다 보면 마치 접신(接神)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화장찰해도’를 관찰할 때 무한한 우주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조선 후기 작품인 용문사의 화장찰해도에 대해 강 교수는 “우주 만물이 시공을 초월해 서로 연결되어 존재하며 그 속에서 생성과 변화와 소멸을 거듭한다는 ‘화엄경’ 속 우주관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작품에 담긴 의미와 함께 제작 당시의 시대적 상황까지 두루 짚었다.

예컨대 갑사의 ‘삼신불도’는 1650년대 작품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희생된 뭇 영혼들을 달래주기 위한 대규모 천도재 때 제작된 불화다. 세로 10m·가로 8m쯤 되는 초대형 괘불로, 대승불교의 세계관을 구현한 대표적 작품이다.

강 교수는 “삼신불도는 10여년 전 개산대제(開山大齋)와 함께 거행된 영규대사 추모재 때 펼친 이후 현재는 보수 중이다. 언제 다시 펼칠지 기약이 없다”고 했다. 불화 가운데는 이처럼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1744년 직지사의 ‘삼불회도’ 역시 고단한 민중의 삶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강 교수는 “임진왜란 이후 피폐해진 민중은 석가를 가장 큰 신앙 대상으로 여겼는데, 이러한 현실적 요구가 조형으로 구현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강 교수는 25년간 불화를 연구한 베테랑 미술학자로, 그간의 연구실적을 이 책에 담았다. 간담회에서 풍부한 식견을 토대로 불화의 현란한 장식과 멋스러움, 그 이면의 다층적 이야기들을 두루 소개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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