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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칼럼] 노벨상과 기초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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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31 01:22:47 수정 : 2016-10-31 01: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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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해답은 기초과학에 있어
시대에 맞게 공학과 협업 필요성
모든 연구 궁극 목표는 인류 공영
한국 연구자들 노벨살 수상 기대
올해에도 이웃나라 일본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예상했던 대로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에 대한 아쉬움과 질책이 쏟아져 나왔고, 기초과학 육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벨상은 1901년 시작됐다. 현재 과학 분야에서는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세 분야는 19세기 과학의 대표적인 분야이다. 노벨상을 가장 많이 수상한 미국에서도 이 세 분야가 지금의 과학을 대표할 수 있는지 종종 의문이 제기된다. 시대와 환경이 바뀐 21세기의 노벨 과학상이 19세기 과학의 프레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태·환경 등 오늘날 인류 생활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거나 분야 간 융합이 필요한 분야는 노벨상 수상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노벨상이 등장할 무렵에는 과학과 기술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다. 원천기술도 부족했다. 이 때문에 일찍이 근대화에 나선 국가들에서는 자연스럽게 과학을 중심으로 연구 기반이 조성됐다. ‘엔진’(engine)에서 유래한 엔지니어(engineer)라는 단어가 있었지만, 오늘날 ‘공학’을 의미하는 단어인 ‘엔지니어링’(engineering)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토목공학 분야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반면 20세기 후반에 과학에 눈을 뜬 후발 국가들은 선진국이 축적한 기초과학 지식을 흡수해 ‘산업화 기술’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과학기술 5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개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공학과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화학·중공업·전자 등의 분야를 비롯해 최근 정보통신기술(ICT)까지 철저하게 국가 산업 발전과 보조를 맞추어 왔으며, 과학기술 인력 또한 이러한 추세에 따라 양성됐다. 1980년대까지도 과학자들은 연구계획서의 기대효과란에 ‘수입 대체 몇 천만 달러’, ‘수출 효과 몇 백만 달러’라고 적었다. 우리 경제의 수출 규모가 확대되고 이런 숫자가 의미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연구 목표가 ‘SCI 논문 몇 편’으로 바뀌었다. 논문이 인용된 횟수를 나타내는 영향력 지수까지 고려한 목표도 제시됐다. 이런 과정이 우리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구 과학기술계에서도 ‘논문이 아니면 퇴출’을 구호로 내세우며 논문 발표를 연구자의 주요 평가 지표로 삼았던 시기가 있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기초과학 역량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국가 주도적이고 단기성과 중심적인 한국 과학계의 풍토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다. 많은 경우 혁신의 해답은 기초과학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한 시대 흐름에 맞게 기초과학과 공학의 협업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기초과학, 공학, 기술 개발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오늘날 과학기술의 주기는 짧아졌다. 과학에서 기술 개발에 이르는 과정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거꾸로 첨단 공학이 기초과학을 위한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제공할 수 있고,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공학의 힘으로 기초과학의 기술적 가치를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초과학이든 공학이든 연구의 목표가 과학기술의 핵심가치인 인류 공영(共榮)을 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이나 개인적 성취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연구자 개인의 학문적 만족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우선은 아니라는 뜻이다. 스웨덴 한림원도 인류에 기여한 과학적 가치를 평가해 노벨상을 수여하고 있다. 우리 연구자들에게도 인류를 위한 연구가치를 허용할 때 노벨상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연구의 자율성은 연구자가 이러한 연구가치에 부합하는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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