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재단은 설립·모금 과정에서 온갖 편의와 특혜, 편법 등으로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씨와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지낸 CF 감독 차은택씨를 14일 열릴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시킬 것을 요구했다. 최씨와 가깝다는 차씨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외삼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승이다.
여당은 두 사람 증인채택을 결사 반대하다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는 꼼수로 저지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되면 최장 90일간 논의해야 한다는 국회선진화법 조항을 이용해 증인채택을 봉쇄하려는 속셈이다. 여당은 최씨 딸에게 특혜를 준 의혹을 받는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증인채택까지 거부했다. 교문위 국감은 증인채택 공방으로 이틀간 파행했다. 21일 운영위 국감에서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증인채택은 여당 반대로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국감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여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과 이 대표 단식의 이유도 사실 이 때문이지, ‘김재수 해임건의안’은 핑계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재단 의혹은 시민단체 고발로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여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가 정치공세인 데다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증인채택을 방해했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할 정도로 내용이 근거 없지 않고 사건을 형사8부에 배당한 검찰의 수사 의지는 의심받고 있다. 국감마저 핵심 증인 없이 수박 겉핥기로 끝난다면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여당이 국민이 아닌 대통령 눈치만 본다면 공당의 위상을 포기하고 거수기를 자임하는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