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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1시간 정액제가 45분… PC방의 '꼼수'

입력 : 2016-10-02 20:47:40 수정 : 2016-10-04 15: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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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게임, 시간 빨리 차감 / 이용료 부과 체계도 들쑥날쑥 / 별도로 안내 없어 실랑이 잦아 / 업주 “저가 경쟁… 경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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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거야!”

지난 1일 서울 관악구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던 대학생 원모(22)씨는 불평 섞인 혼잣말을 내뱉었다. ‘시간당 이용 요금 500원’이라는 PC방에서 3시간짜리 정액권을 구매해 오후 10시부터 이용했으나 자정도 되기 전에 ‘종료 30분 전’이라는 알림이 울렸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항의했으나 “프리미엄이 붙은 게임을 하면 추가 요금 분만큼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원씨는 “사전에 설명해주지도 않고 값이 싸다고 홍보하며 장사를 하는 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PC방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실랑이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리 이용료를 내고 충전한 시간이 실제 이용시간보다 훨씬 빨리 줄어드는 현상 때문이다. 1시간을 충전했는데 실제 사용시간은 40∼45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로 시간당 500원, 700원의 저렴한 이용료를 받거나 한꺼번에 많은 시간을 충전하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PC방에서 발생한다. 업주들이 손님을 끌려고 ‘꼼수‘를 쓴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일 서울 영등포구 한 PC방의 무인충전기에 ‘유료게임’ 이용 시 요금체계가 변경된다는 시간차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세계일보가 2일 서울시내 PC방 15곳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12곳이 실제 이용시간보다 구매한 시간이 빨리 차감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업주들은 “손님들이 게임회사에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유료게임’이나 아이템 등의 추가 혜택을 주는 ‘프리미엄 게임’을 이용하면 해당 게임사 측에 시간당 200∼300원을 줘야 한다”며 “그 비용만큼을 충전된 시간에서 차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서구의 한 PC방 직원 김모(22)씨는 “서버 관리 프로그램 자체가 특정 게임 이용 시 자동으로 시간을 차감하도록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PC방이 게임사 측에 제공하는 비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을뿐더러 요금부과 체계도 들쑥날쑥하다는 점이다. 해당 비용에 대해 이용자에게 안내하는 곳이 드물었고 공지문을 붙인 PC방도 깨알만 한 크기의 글씨로 안내해 잘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시간당 얼마의 추가비용이 부과되는지 표시한 곳도 거의 없었다.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27)씨는 “PC방 어디에도 추가비용 안내가 없어서 게임에 몰입하느라 시간이 빨리 흐른 줄로만 알았다”며 “시간당 요금만 보고 이용을 하는 건데 별도 고지 없이 업체 마음대로 이용 시간을 차감하는 것은 손님을 속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모(27)씨는 “같은 게임이라도 PC방에 따라 시간당 100원어치나 300원어치를 차감하는 등 제각각”이라며 “정확한 안내가 없으니 PC방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PC방 업주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천구 목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운영비는 점점 올라가는데 업체 간 저가 출혈 경쟁을 하다 보니 10년 전 시간당 1000∼1500원 하던 이용료가 아직도 500∼1500원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게임회사에 지불하는 추가 이용료까지 우리가 감당하면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PC방 사업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하양수 국장은 “낮은 이용료를 내세우는 업체들은 유료 게임비를 추가로 물리면 가격이 높다고 고객이 외면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자 눈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 시간 삭감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가격경쟁을 막기 위해 최소한 운영이 가능한 기준인 ‘생존가격’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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