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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보다 뛰어난 목재”… 생태건축 새 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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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8 20:31:18 수정 : 2016-08-08 20: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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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이 만난 사람] 국내 최대 목조빌딩 건축 배기철 건축생물학이란 말이 있다. 건축에서 미학적인 가치보다 생물학적인 관점을 중요시하는 입장이다. 건축이 단순히 ‘살기 위한 기계’가 아니라 육체와 정신의 필요에 봉사하는 ‘생물학적 장치’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선 생태 건축학, 지속가능한 건축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 중심엔 목조건축이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4층 목조빌딩이 처음 탄생했다. 수원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이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을 국내 최대 목조빌딩으로 구축한 것이다. 건축가 배기철(54)이 함께한 건축물이다. 산림과학원은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 5층 목조빌딩과 10층 규모 목조아파트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배씨가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건축적 조형미에 마음이 끌리면서부터다. 유리나 철근과 같은 재료를 가지고 건축과 같은 단순한 환경조형작업을 좋아 하게 됐다. 그러면서 ‘판스워드 주택’으로 유명한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에 빠지게 됐다. ‘판스워드 주택’은 유리와 철을 주재료로 하여, 아주 단순한 기하학적 추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목조건축에서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읽어내고 있는 배기철 건축가. 그는 “목조건축이야말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 도시개발을 가능케 하는 미래건축의 아이콘”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제가 미스의 건축에서 배운 것은 시대적 가치였습니다. 실용 목적은 물질적 진보의 척도일 뿐이고, 가치를 올바로 인식하는 일이야말로 문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이라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무엇이 기능이고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가를 하나씩 명확히 해 나가면서 만나게 된 것이 목조건축입니다.”

그에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생태건축, 지속가능한 건축으로 우리 전통 목조건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래된 미래’의 건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00년 귀국 후 제주의 클럽하우스를 목구조로 설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비용이 증가된다는 이유로 성사가 안 됐지요. 평창 동계올림픽 아레나 경기장의 목구조 건축도 같은 이유로 불발됐습니다.”

그는 국내의 목조건축에 대한 인식부족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세계 건축계는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시대적 가치로 내걸어 목조건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세워질 34층 목조아파트.
“최근 들어 건조한 목재를 결합하는 방식인 공학목재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건축공간 연출은 물론 30층까지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됐습니다. 목조건축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목조가 도시건축에서 외면받은 것은 화재에 취약하고 강도가 약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목재가 불에 약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얇은 판재의 경우가 그렇지요. 공학목재나 굵은 목재기둥의 경우 화재 발생 시 탄화피막이 형성돼 철이나 알루미늄보다 오래 견디지요. 목재가 타기 시작하면서 표면이 검게 되는 탄화층이 형성돼 공기를 차단하면서 기능을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하중에 견디는 강도도 공학목재가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목재의 인장 비강도는 콘크리트의 225배, 철의 4배에 이릅니다. 압축 비강도는 콘크리트의 9배, 철의 2배에 달하지요.”

강도를 비중으로 나눈 것이 비강도다. 비강도가 클수록 가벼우면서도 강한 재료라는 얘기다. 목조가 철구조 건축물보다 지진에도 잘 견딘다는 뜻이다. 근래 들어 목재는 환경적인 부담이 없는 지구환경에 기여하는 재료로 다양한 방면에서 각광받고 있다. 

지상 4층 규모로 지난달 완공된 산림과학원 종합연구동. 국내 최대 규모의 다층 목조건물이다.
‘지구에서는 현재 연간 64억t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중 30억t만이 자연으로 흡수되므로 나머지 34억t은 줄여야 합니다. 지구환경이 위험에 처했다는 신호죠.”

그는 목조건축이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목재 사용이 탄소의 흡수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소나무 50년생 1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은 3.8㎏ 정도로 알려져 있지요. 목재로 사용되는 시기에도 같은 양의 탄소를 품고 있습니다.”

10.5㎝×3m의 목재 기둥에 고정되어 있는 탄소량은 6㎏ 정도다. 이는 살아 있는 소나무 1그루가 흡수하는 CO₂의 1년 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목조건축물을 ‘제2의 산림’이라 하는 이유다.

“목조주택 1동의 평균 목재 사용량은 36㎥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장된 탄소량은 9t에 이르지요. 이는 산림 400㎥가 저장하고 있는 탄소량에 버금갑니다.”

웬만한 대형 목조빌딩이 건축되면 서울숲공원의 탄소비축량과 맞먹는 규모가 된다는 계산이다.

그는 콘크리트를 나무로 대체하는 것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 도시개발을 가능케 하는 미래건축의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세비야의 ‘메트로폴 파라솔’, 파리의 ‘퐁피두 메츠’, 스톡홀름의 ‘울트라 모던’ 등이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우리에게는 수천년 동안 나무를 이용해 집을 짓던 건축적 전통이 있습니다. 지금은 한옥이란 이름만 남고 전국이 아파트공화국으로 변해버렸지요. 서울은 건조된 거대 국제도시 중 하나가 됐습니다. 80m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립했던 목조강국의 전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꼴이지요.”

그는 목조건축이 경제성과 기능성 모두에서 우위를 점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탄소배출권이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공학목재(집성재)가 가히 ‘21세기 콘크리트’라 할 만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조적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해 고층 목조건축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요.”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건축계는 42층 목조아파트와 35층 목조빌딩을 벌써부터 구상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목재의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 유익하다.

“목재의 단열성능은 콘크리트의 5배, 강철과 비교하면 350배 정도로 우수해 목재는 저에너지 건축의 모델로서도 손색없습니다.”

그는 다시 ‘목조문화의 황금시대’를 여는 것이 이 시대 건축가의 몫이라고 했다.

“철이 19세기 재료라면, 콘크리트는 20세기 재료이고, 나무는 21세기 재료라 할 만합니다.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산림경영과 국산목재 개발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수입목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목재 수송에서 탄소배출이라는 또 하나의 암초를 극복해야 한다. 유일한 답은 국산목재 개발이다. 도시는 유기체처럼 모습을 달리하며 발전했다. 도시의 미래는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하는가에 달려 있다.

“나무는 21세기 도시와 건축을 만들 혁신적인 건축재라 할 수 있습니다. 당면한 온실가스 감축과 제로 에너지 건축을 실천할 대안임이 분명합니다.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할 건축디자인을 서둘러 준비해야 합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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