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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화이트의 왕 리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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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16 16:37:33 수정 : 2016-07-16 16: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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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목에 독수리 마크가 있으면 최고급 VDP 와인

독일을 대표하는 발타자 레스 리슬링.
리슬링(Riesling). 화이트 와인을 빚는 대표 포도 품종중 하나입니다. 풍미가 매우 우아하면서도 클래식의 변주곡처럼 와인메이커에 따라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수 있어 ‘화이트 와인의 왕’이라는 별칭이 따라 다닙니다. 드라이한 와인에서 아주 스위트한 와인까지 당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살짝 스위트한 맛이 있어 와인 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지요. 더구나 주로 매운 음식이나 향신료가 강한 음식과 잘 어울려서 한국 음식과도 페어링이 뛰어납니다. 리슬링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숙성될수록 미네랄이 풍부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좋은 패트롤(석유) 향이 풍부하게 나기 때문에 와인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라임, 레몬, 파인애플, 복숭아 등의 신선한 과일향도 담고 있어 요즘같이 무더울때 마시기 안성맞춤이랍니다.

  

독일 와인 등급 체계.

 대표적인 리슬링 품종의 주요 산지는 독일, 프랑스 알자스, 호주 클레어밸리 등입니다. 그중에서 독일은 전세계 리슬링 생산량의 57.9%의  차지해 ‘리슬링 왕국’이라고 불립니다. 독일 와인은  타펠바인(Tafelwein)과 란트바인(Landwein)이 저렴한 테이블 와인급이고 크발리테이츠바인(Qualitä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QbA)→프래디카츠바인(Qualitätswein mit Prädikat·QmP)→VDP 순서로 고급 품질 와인입니다. VDP는 ‘독일 우수 생산자 연합 (Verband Deutscher Qualitats)’이란 뜻으로 1910년 설립 이후 독일 전체 1만여개의 와이너리중 현재 200여개의 와인생산자들이 가입돼 있답니다. VDP 와인은 병목에 독수리 마크가 새겨져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독수리 마크가 있다면 안심하고 마실수 있는 퀄리티가 보장되는 와인입니다.

  

독일 VDP 와인포도밭 급 체계.

 특히 최근 개편된 등급체계에 따라 VDP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와 거의 비슷한 4개의 포도밭 등급을 두고 있습니다. 독일 와인에 떼루아 개념을 접목시킨셈이지요. VDP 와인은 포도밭 퀄리티에 따라 구츠바인(Gutswein·부르고뉴급)→오르츠바인(Ortswein·빌라쥐급)→에어스테 라게(Erste Lage·프리미에크뤼급)→그로세 라게(Grosse Lage·그랑크뤼급) 순으로 고급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이랍니다. 최고등급 포도밭인 그로스 라게에서 만든 드라이한 와인은 별도로 그로세스 게벡스(Grosses Gewachs·GG)로 부릅니다. 즉, GG는 독일에서 생산되는 톱 클라스의 드라이 와인을 뜻한다고 보면 됩니다.

 

 리슬링은 또 와인을 포도가 익은 정도, 즉 당도에 따라 분류하는데 카비네(Kabinett)가 드라이에 가까운 가장 덜 단 와인입니다. 이어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슈패트레제(Spatlese)→선별된 성숙한 포도송이로 만든 아우스레제(Auslese)→과숙한 포도알만 고른 베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BA)→초과 완숙해 건포도에 가까운 포도송이에서 한 알씩 골라 따서 만든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enauslese·TBA)→언 상태의 포도송이를 착즙해 만든 아이스바인(Eiswein)순서로 당도가 높지요.

독일 대표 리슬링 산지 라인가우 위치.
독일에는 와인산지가 13곳 있는데 리슬링을 대표하는 산지가 라인가우(Rheingau)와 모젤(Mosel)입니다. 특히 라인가우가 리슬링의 명산지이지요. 라인강은 스위스에서 북으로 흐르다가 라인가우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20~22km정도를 흐르다가 다시 북으로 향합니다. 따라서 포도밭은 라인강을 따라 모두 남향밭입니다.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산지는 10만ha가 넘지만 라인가우 3~4ha에 불과해 독일 산지 중에서도 굉장히 작은 산지랍니다. 
가파른 경사로에 있는 라인가우 포도밭 전경.
하지만 굉장히 긴 역사를 지닌 와인 산지입니다. 과거 수도원에서 포도밭을 경작했는데 수도사들이 라인가우의 포도밭을 심도있게 연구해 아주 작은 단위의 구획별로 가장 적합한 품종을 매우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고 하는군요. 실제 1867년에 작성된 세계에서 가장장 오래된 포도밭 지도에는 라인강을 따라 라인가우 포도밭의 등급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1867년에 작성된 세계에서 가장장 오래된 포도밭 지도. 라인강을 따라 라인가우 포도밭의 등급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출처 홈페이지
라인가우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중 한 곳이 발타자 레스(Balthasar Ress)로 1989년에 VDP에 가입한 생산자입니다. 삼성그룹이 2013년 신경영선언 20주년 만찬때 사용한 와인이 바로 발타자 레스 리슬링이랍니다. 
발타자 레스 와이너리 문장.
슐로츠 라이하르트 라인가우 리슬링 카비넷(Schloss Reichartshausen Rheingau Riesling Kabinett)인데 두번째 포도밭 등급인 에어스테 라게급으로  삼성 만찬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화제가 됐지요.
와이너리 설립자 발타자 레스.
라인가우 하텐하임(Hattenheim)에서 대대로 정육점을 운영하던 레스 가문의 발타자 레스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호텔리어로 일을 시작합니다. 그는 자연스레 호텔과 레스토랑 비즈니스를 눈 여겨 봤고 1870년 가문의 이름을 딴 호텔 설립과 동시에 그들의 상징 와인인 폰 운저름(Von Unserm) 리슬링 생산을 시작합니다. 4대손인 스테판(Stefan)은 세계 와인시장으로 눈을 돌려 대대적으로 와이너리를 개편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VDP 협회에 가입된 중소형 와이너리의 수출과 마케팅을 담당하며 독일 와인을 세계에 알리는 열정적으로 앞장섰다고 하네요. 발타자 레스가 라인가우를 대표하고, 독일 고급 리슬링의 상징인 된 이유랍니다.
1896년 런던에서 거래된 와인의 가격표. HOCK로 표시된 것이 독일 와인 가격이다.
이처럼 리슬링이 화이트 와인의 왕으로 불리며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지만 리슬링은 그 가치에 비해 매우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보통 마트에서 9000원이나 1만원정도 저가 리슬링 위주로 판매됐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사실 독일 리슬링은 한때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었답니다. 

실제 1896년 런던에서 거래된 와인의 가격표를 보면 프랑스 최고급 보르도 와인보다 독일 리슬링이 훨씬 가격이 높았다는 사실을 알수 있습니다. 당시 샤토 마고는 60파운드이면 반면 마르코부른 카비네(Marcobrunn Cabinet)는 200파운드에 거래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고가 와인이 독일 리슬링이었던 셈입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이처럼 가장 고가 와인으로 명성을 떨치던 리슬링의 위세는 왜 곤두박질 쳤을까요. 

바로 독일이 전쟁을 일으킨 나라로 낙인이 찍히면서부터입니다. 또 저가의 스위트 화이트 와인들이 최대 와인 시장인 미국에서 굉장히 인기를 얻으면서 소비자들에게 독일 와인은 저가의 스위트 와인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됐지요. 
라인가우에서 생산되는 발타자 레스 리슬링과 모젤에서 생산되는 프릿츠 짐머 리슬링.
하지만, 지금은 독일 와이너리들의 많은 노력으로 옛날의 위상 찾아가는 중입니다. 특히 독일을 대표하는 발타자 레스 리슬링을 마셔보면 이런 편견이 순식간에 깨질 겁니다. 
발타자 레스 리슬링 트로켄 폰 운저름.

■발타자 레스 대표 리슬링

발타자 레스 리슬링 트로켄 폰 운저름(Von Unserm) 2014는 발타자 레스가 1870년 처음 생산을 시작한 와이너리의 아이콘이다. VDP 와인 4개 포도밭 등급중 가장 낮은 구츠바인의 포도로 만든다. 트로켄은 드라이라는 뜻으로 발타자 레스 리슬링 중 가장 드라이한 와인이다. 

보통 트로켄은 리터당 9g인데 이 와인은 5g 정도로 굉장히 드라이하다. 깔끔하고 밝은 느낌이 나는 리슬링 본연의 향을 지니고 있다. 시트러스, 허브, 사과향이 미네랄과 잘 결합돼 있다. 드라이하지만 과일향의 피니쉬로 달콤하게 느껴진다.  풋사과향의 상큼한 아로마가 돋보이고 기분좋은 산도를 느낄 수 있다. 치킨, 흰살 생선, 훈제 생선, 굴,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  

하튼하임 누스브루넌 라인가우 리슬링 그로세스 게벡스 트로켄.

하튼하임 누스브루넌 라인가우 리슬링 그로세스 게벡스 트로켄 (Hattenheim Nussbrunnen Rheingau Riesling GG Trocken) 2013은  최상위 등급 포도밭인 그로세 라게 포도로 빚은 와인이다. 그로스 라게 등급의 드라이한 와인은 그로세스 게벡스라고 한다. 

당도는 리터당 8.6g 이다. 누스브루넌은 독일 남동쪽 라인가우 지역에 위치한 빈야드다. 빈야드의 주변은 개암나무가 심어져 있어 차가운 북풍으로부터 과실을 보호해준다. 또 앞에는 라인강이 흐르고 있어 언제나 깨끗한 물을 공급해 최고의 와인을 위한 포도가 생산되는 떼루아다. 

최상등급의 와인으로 숙성 잠재력이 최소 10∼15년일 정도로 굉장히 뛰어난 리슬링이다. 부르고뉴 화이트와 견줄만 하다. 풍부한 향신료, 잘익은 사과, 말린 망고향이 풍부하며 피니시는 크리미하고 우아한다. 중국음식, 구운 돼지고기, 오리고기, 해산물과 궁합이 좋다.

하텐하임 슈이젠하우스 라인가우 리슬링 카비네.
하텐하임 슈이젠하우스 라인가우 리슬링 카비네(Hattenheim Schützenhaus Rheingau Riesling Kabinett) 2014는 두번째 등급인 에어스테 라게에서 빚는 리슬링이다. 슈이젠하우스는 하텐하임 서쪽에 위치한 빈야드다. 빈야드의 이름은 과거 추운겨울이 오기전 포도를 수확하던 시기에 새와 짐승들로부터 포도를 보호하기 위해 이 지역에 설치한 오두막(Haus)과 이 지역을 향해 부는 차가운 동풍(Schutzen)에서 유래됐다. 

코에서 풍부한 미네랄향이 느껴진다. 당도는 리터당 44g으로 기분좋은 정도의 스위트한 맛이 나는 와인이다. 푸르티하면서도 산도가 잘 살아있다. 독일 와인은 대체로 산도가 높아 당도가 덜 느껴지는 평이다. 풋사과가 지닌 자연적인 달콤함과 시트러스향이 밝게 느껴집니다. 

풋풋한 과일의 향은 음식과 굉장히 잘 조화를 이룬다. 특히 카버네는 불고기 등 달고 스파이시한 음식과 좋은 조합을 이룬다. 리조또, 달콤하고 매운 돼지고기 요리 등과도 페어링이 뛰어나다.

하텐하임 누스부루넌 라인가우 리슬링 슈패트레제.
하텐하임 누스부루넌 라인가우 리슬링 슈패트레제(Hattenheim Nussbrunnen Rheingau Riesling Spätlese) 2012는 당도가 리터당 50g 정도다. 최고등급인 그로세 라게 포도로 빚는다. 10~20년 보관해도 좋을 정도의 숙성 잠재력이 있다. 열대과일과 잘익은 사과, 노란 과실, 체리의 향이 균형감있게 다가온다. 

훌륭한 미네랄의 느낌은 크리미한 피니시와 함께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매운 음식, 블루치즈, 견과류가 가미된 디저트 등과 잘 어울린다.

루이더스하임 베르그 루트랜드 라인가우 리슬링 아우스레제

루이더스하임 베르그 루트랜드 라인가우 리슬링 아우스레제(Rüdesheim Berg Rottland Rheingau Riesling Auslese) 2009는 당도가 리터당 120g으로 달콤함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귀부병에 걸린 포도를 많이 사용해 당도가 훨씬 진하게 느껴진다. 최고등급인 그로세 라게 포도로 빚는다. 베르그 루트랜드 빈야드는 엄청나게 경사가 가파른 포도밭이다.

 높은 경사는 항상 햇빛을 받아 포도가 잘 익을 수 있도록 해준다. 빈야드의 이름은 1031년 마인츠 대주교가 이 지역의 농부들에게 하사한 미경작지에서 유래됐다. Rotten은 ‘개간되어야 하는 언덕’이란 뜻이다. 토양은 암반지질인 규암, 정판암이다. 

따라서 훨씬 미네랄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배와 사과, 꿀의 향이 강하게 결합된 리슬링이다. 인상적인 흰후추향, 키위향의 상큼함이 입안을 달콤하면서도 즐겁게 만들어 준다. 보통 고기는 레드와인과 매칭이 잘되지만 아우스레제 같은 풍미있는 리슬링은 등심 등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 등심이 가진 기름진 느낌을 아우스레제의 당도와 산도가 상쇄를 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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