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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의 엄마도 처음이야] <14>층간소음 문제, 이웃 간 배려만으로 해결될까

관련이슈 이현미의 엄마도 처음이야 , 디지털기획

입력 : 2016-07-09 14:00:00 수정 : 2016-07-16 11: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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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은 층간소음 없는 시범 아파트입니다.”

2년 전 살았던 신혼집은 이런 플래카드를 내건 곳이었다. ‘층간 소음 없는 곳’이라는 우수한 타이틀을 부여한 곳은 시청도, 구청도 아닌 바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였다. 나는 입구에 붙은 플래카드를 볼 때마다 “허허허” 실소를 했다. ‘집값 올리려고 허위 광고를 하는구나.’ 당시 나는 윗집과 층간소음 갈등을 겪고 있었다.

윗집에는 세살배기 꼬마가 있었다. 밤 11시가 넘어서도 쿵쿵쿵 천장이 울릴 때가 많았다. 신혼 부부였던 우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시작이구나….” 결국 윗집을 찾아갔고 아이 부모는 “미안하다, 주의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래, 공동 주택인데 서로 이해하고 살아야지….’ 마음을 다독였다.
게티이미지 제공

하지만 층간 소음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토요일 아침이면 윗집에 아이 또래의 손님이 오는 날이 많았다. 토요일 아침이면 우리 부부는 늦게까지 잠을 잤다.

우당탕탕- 이건 한 명의 발차기가 아니었다. 아이들 집단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몰려다니는 소리가 집안 전체에 울렸다. 주말에 엄청난 게으름뱅이가 됐던 우리는 소음을 참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내 집이 내 집이 아니구나’는 절망을 안고서.

불만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된 건 윗집 아이가 외할머니와 단 둘이 있었던 어느 날이었다. 1시간 이상 집안이 울렸다. “너무 시끄럽다”며 윗집에 항의했다. 그런데 부부와 달리 아주머니는 “쪼그만 애를 묶어둘 수도 없고 어쩌라는 거냐”며 쏘아붙이는 게 아닌가.

“그래도 주의는 주셔야죠.”

“못 뛰게 하는데 (제재가) 안 된다”며 아주머니는 우리의 말을 당당하게 무시했다.
게티이미지 제공

이후 윗집 아이의 뜀박질 소리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됐다. 예전에 그냥 넘어갔던 작은 소리도 기분이 상한 뒤로는 청각을 자극하고 마음을 벅벅 긁었다. 신혼집을 선택할 때 교통과 전망, 집 내부 상태 등만 고려했는데 이런 악재가 있을 줄이야. 결국 우리는 그 집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해 지금 집으로 이사오면서 이제는 윗집뿐만 아니라 아랫집 걱정까지 하게 됐다. 윗집에 에너지를 주체 못하는 엄청난 꼬마가 있거나, 아랫집에 초능력 귀를 지닌 까칠한 사람들이 살면 어쩌나 싶었다. 이사 당시 나는 임신 중이었다. 이제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처지였다.
게티이미지 제공

아파트 15층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중 한 동안 위아래 집 사람들을 구분하지 못했다. 나를 먼저 발견한 건 윗집 남자였다.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눈여겨 본 듯 했다. 어느 날 동승한 엘리베이터에서 “위층 6호 사람인데요, 우리 애들 때문에 아랫집이 시끄럽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역시나…. 애들은 뛰었다. 이번 윗집의 경우 아주 간헐적으로 짧은 시간 쿵쿵 존재를 과시했다. 윗집 부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람들도 좋은데 이 정도는 참자.’ 다행히 빈도 수가 적어 윗집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나의 관심사는 이제 아랫집이었다. 16개월 아들은 혈기왕성한 꼬마가 됐다. ‘베이비 룸’(유아 울타리)으로 가려놓은 물건을 보며 아이는 울타리를 넘어가려 무진 애를 썼다. 플라스틱 판을 들었다 놓으며 바닥을 쿵쿵 쳤다. 주의를 줬지만 아이는 기습 공격의 대가였다.

나는 층간소음으로 항의를 받을 경우 ‘무조건 미안하다고 해야지’라고 다짐했다. 이전 신혼집에서의 경험도 있었고, 주변에서 아랫집 항의에 “뭐가 문제냐. 우리 애들은 별로 안 뛰었다”고 대응했다가 엄청난 갈등을 겪는 사례를 많이 봤다. 다행히 아직 아랫집에서 올라온 적 없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내는 중이다.

내 주변에는 나뿐만 아니라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참 많다. 통계로도 이런 분위기는 확인된다. 환경부 산하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2012년 8795건이었던 민원 건수가 지난해 1만9278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층간소음 문제는 살인, 방화 등 강력 범죄의 원인이 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왜 이렇게 만연한 걸까.

건설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동주택 비율은 약 70%에 이를 정도로 주거의 밀집도가 높다. 그런데 바닥 슬래브 두께를 120∼180mm에서 210mm 이상으로 더 두껍게 규정한 건축법이 연립주택 등으로 확대된 건 불과 2년 전이다. 아파트에 도입된 건 2005년이었다. 바뀐 규정대로 지어도 소음을 막기는 어려울 텐데 이조차 충족되지 않은 집에서 국민 대다수가 살고 있는 상황이다.

더 중요한 건 210mm의 두께가 무엇으로 채워지냐다. 제대로 된 충격 저감재를 사용해야지 두꺼워지기만 하면 뭣하나. 하지만 현재는 규정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게 한 정부의 허술함과 건설사의 비양심이 층간소음을 심각하게 키우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격 싸고 정부 기준 충족하는 스티로폼이 바닥충격 차단재로 가장 널리 쓰이는데 스트로폼은 저주파 소음을 되레 증폭시킨다”며 “이런 규정과 시공으로는 절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 못 한다”고 꼬집었다. 또 “경량충격음 58데시벨 이하, 중량충격음 50데시벨 이하로 충격음을 낮추기 위한 시공 기준도 마련했지만 현재 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곳의 시공도 거의 통과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건설·시공사들은 비용 문제를 언급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뛰어난 소음 저감재를 쓰면 분양가가 올라갈 텐데 괜찮겠냐”는 식으로 건설사 입장을 두둔했다. 강남 고급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가 덜한 이유는 무지 비싼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인데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글에 한숨이 나왔다. 현재 대한민국의 아파트 가격이 저가 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만큼 낮은 걸까. 2000년대 이후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난리인데 그렇게 오른 가격도 좋은 소재를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인가. 아파트 브랜드 거품만 빼도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하면서 지금보다 분양가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올 초 건설사들의 관급공사 담합 실태를 취재하면서 만났던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건설사들이 죽겠다고 앓는 소리할 때 재무제표를 잘 살펴보라”며 “토건 세력이야말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집단”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S사, H사, P사, G사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재무제표를 살펴봤다. 이들의 2016년 1분기(1∼3월) 평균 순이익은 300억∼2000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이 아니라 순수한 이익이 수백에서 수천억원이었다. 이렇게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데도 ‘좋은 자재를 쓰려면 분양가를 높여야 한다’는 논리를 국민이 수긍해야 하나,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층간소음 문제에 있어 이웃 간의 배려 문화는 중요하다. 윗집의 뻔뻔함과 아랫집의 예민함이 쌓이면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된다. 아무리 좋은 소재를 써도 공동 주택에서 단독 주택만큼 내 맘대로 편하게 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배려를 강조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정부라면 근본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나. 환경부에서 뽀로로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층간소음 예방 동영상을 보며 “참 잘 만들었다, 나중에 우리 애도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도움은 지엽적일 뿐이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서 분쟁 조정을 아무리 잘해도 ‘소음 발생’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 간의 싸움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소음 문제는 개선이 안 됐는데 배려심을 키우라는 건 결국 참고 살라는 말이 아닌가.
환경부 ‘층간소음 예방을 위한 어린이용 교육 애니메이션 뽀로로’ 캡처.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층간소음 관련법을 강화하는 건축법 개정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분양가가 올라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며 아우성치는 목소리에 “지금 주택 가격이 그만큼 싸다는 것이냐. 주택 거품을 빼라”고 비판하는 여론이 늘어나길 바란다. 새벽이면 ‘똑딱’ 위아랫집 조명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 집에 사는 주민으로서 이것이 이웃 간의 배려심만 키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국제부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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