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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한 감정 표현… 한국의 판소리, 플라멩코와 닮았다”

입력 : 2016-06-30 21:03:00 수정 : 2016-06-30 22: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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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땅 주한 벨기에 대사가 말하는 ‘KOREA 심청’ 무대 앞 스크린에 비친 인당수는 비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다. 번개까지 치니 세상을 삼킬 듯 하다. 거친 바다의 풍경에 오고무 북소리가 더해진다. 영상과 소리가 합쳐져 공연장의 긴장감은 시작부터 가파르다. 이어지는 심봉사의 등장. “심청아∼. 아이고 심청아!” 무대가 아니라 관객석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모습이 요란하다. 딸 심청이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판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의 애절함이건만 배우의 과장된 동작이나 목소리에는 유머가 가득하다. 일본인 관객과 지팡이를 갖고 벌이는 승강이는 흥겨움을 더한다. 한껏 치솟았던 긴장은 심봉사의 등장과 함께 해소된다. 관객을 들었다놨다 하는 공연은 시작한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용궁에서 부활을 준비하는 한국문화재재단 상설공연 ‘KOREA 심청’의 한 장면. 홀로그램을 활용해 전통무용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전래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푼 게 흥미로웠어요. 관객들의 리액션도 좋았고요.”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펼쳐진 한국문화재재단의 상설공연 ‘KOREA 심청; 한국의 소리를 듣다’를 관람한 프랑수아 봉탕 주한 벨기에 대사의 평가다. 이어지는 감상평.

“여러 가지 타입의 전통 예술 요소를 섞어두었더군요. 스크린을 앞 뒤로 두어 무대에 깊이를 준 것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연주석을 무대 양쪽에 보이도록 배치해 연주자, 공연자가 서로 쳐다보며 공연이 이어지는 데 하나의 공동체처럼 느껴졌어요.”

프랑소아 봉탕 주한 벨기에 대사(앞줄 오른쪽)와 부인 최자현씨가 지난 23일 ‘KOREA 심청’을 관람한 뒤 출연 배우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외교관의 ‘정치적(?)’인 멘트라고 오해는 마시길…. 다음달 만 4년 대사 생활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는 봉땅 대사의 한국에 대한 애정과 지식은 깊고 특별하다. 2013년 한국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다며 서울∼부산 자전거 종주를 했다. 1년 전 한국의 전통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며 시작한 국궁에는 거의 매일 활터를 찾을 정도로 푹빠져 있다. 지난 18일에는 봉땅 대사가 제안해 기획된 주한 외국대사 초청 활쏘기 체험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KOREA 심청’은 판소리, 부채춤, 오고무 등 전통예술를 무용, 드로잉, 홀로그램 등과 결합해 현대적인 감각을 한껏 더했다. 각 장르의 전통예술을 개별적으로 공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전의 재단 상설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재단은 판소리 심청가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했다 하여 ‘판+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심청이 연꽃을 타고 부활하는 것을 묘사한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용궁의 선녀로 분한 두 무용수가 한참 춤을 추며 그린 그림이 순식간에 색채를 더한 영상으로 바뀐 뒤 연꽃이 떠오르는 배경이 되는 장면은 관객을 움찔하게 할 만하다.

심청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부녀가 궁궐에서 극적으로 상봉을 하고,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이다. 여기서 공연은 창자를 직접 무대에 올려 소리를 들려주며 심청, 심봉사 두 배우가 상황을 연기로 보여준다. 판소리만 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걸 동작으로 설명을 해주는 방식인 셈이다. 관객 중에 외국인이 많은 걸 감안하면 꽤 영리한 장치다.

봉땅 대사는 이 장면이 좋았다며 판소리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판소리를 아주 좋아합니다. 스페인의 플라멩코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어요. 플라멩코는 춤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노래가 많이 들어가죠. 자기 감정을 굉장히 애절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판소리와 플라멩코는 닮았습니다.”

판소리를 국궁과 비교하교, 그것을 또 이성 중심의 서양철학과 대비시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활을 내는(쏘는) 순간 주위 환경, 자신의 집중력 등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판소리를 들을 때도 창자와 주위환경의 조화 같은 걸 느낍니다. 이성을 중심에 놓는 서양철학에서는 의지로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궁이나 판소리처럼) 의지 이상으로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함께 해야 가능한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KOREA 심청’은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매일 오후 6시 30분, 오후 8시 30분 두 차례 공연한다. 예매는 한국의집 홈페이지(www.koreahouse.or.kr)에서 가능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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