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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 하다 보면 저절로 한글 깨우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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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0 20:49:38 수정 : 2016-06-10 22: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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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우리말 세계화 앞장서는 김중만 원광대 명예교수 “올해로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70년이 됐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세계 공통언어로 확산되는 데 기여하기 위해 특허권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김중만(70) 원광대학교 명예교수는 10일 전북 전주시 한글테마거리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이 개발, 특허등록한 한글윷놀이판의 디자인과 상표를 전 세계인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중만 원광대 명예교수가 ‘한글윷놀이판’ 구성과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해 한글의 우수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이 윷놀이판에 대한 특허등록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 34년간 원광대 생명자원과학대 교수로 근무한 뒤 2011년 정년퇴직,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식품가공저장학을 전공하고 ‘먹거리과학’ 등 많은 저술과 60여편의 학술논문을 펴낸 식품분야 전문가인 그가 한글 윷판을 개발한 것은 2006년이다.

PC보급과 휴대전화 문자 대화가 확산된 데서 착안했다. 한글을 윷놀이에 접목시키면 세계적인 게임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재 그가 보유 중인 한글 관련 디자인 등록과 특허는 한글윷놀이판과 한글시계판, 한글상표 등 5건이다.

한글윷놀이판은 정사각형이나 원 모양의 땅에 말이 움직일 수 있는 29개의 밭으로 구성된 점에서는 일반 윷판과 동일하다. 하지만 도(돼지), 개(개), 걸(양), 윷(소), 모(말) 다섯가지 말이 지나는 밭의 표기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는 이 밭에 한글 자모와 5개국의 국기를 새겨 넣었다. 맨 중앙에는 한국이 자리하고, 말의 시작점과 앞 또는 좌로 달릴 수 있는 동서남북 4개 밭에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을 배치했다. 한반도가 주변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반영한 것이다.

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미래 4대 강국의 중심으로 세계평화의 축이 되고 문자 강국임을 인식시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말이 1개 밭씩 지나는 29개 밭에는 자음 19개와 모음 10개 등 29개를 배치했다. 윷판 밭과 한글 자모의 숫자가 정확히 일치되는 대목이다. 그는 이 중 된소리로 발음되는 ‘ㄲ, ㄸ, ㅃ, ㅆ, ㅉ’ 5개의 자음은 5개국의 국기에 함께 표기했다. 나머지 외곽 밭에는 예사소리, 거친소리 14자와 모음 10자 가운데 땅과 사람을 상징하는 ‘ㅡ’, ‘ㅣ’를 포함시켰다.

한국이 자리한 중앙 +자형을 지나는 사방에는 나머지 모음 8자(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를 배치했다.

윷판 상·하면에는 한국적 색채인 청사초롱을 넣어 이미지화하고, ‘한글윷판’ 명칭 아래에는 영문명 ‘K-alphabet Yutpan’을 새겨넣었다. 이 같은 디자인 역시 별도 특허등록됐다.

그는 “한글 윷판을 이용하면 보다 질서 있고 재밌는 윷놀이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윷놀이 도중 한글 자모를 합치면 무한한 단어를 연상할 수 있게 돼 자연스레 한글 단어를 공부하는 효과가 있고, 두뇌활동도 촉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치원이나 다문화가정, 양로원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김 명예교수는 이 같은 원리를 시계에도 접목했다. 한글 자모 가운데 된소리 자음 5개 글자를 제외한 24개 글자를 4변에 각각 6자씩 24시수에 적용한 것이다. 그는 “한글시계판은 세계 어느 알파벳으로도 대치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구촌 24시간을 움직이는 언어강국의 상징물이 될 것으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글은 과학적이면서도 자모가 24자로 가장 간명한 문자입니다. 영어는 26자, 일어는 92자나 필요하니까요. 음성 다양성에서도 외국어와 비교가 안 되죠. 세종대왕의 참 애민정신을 기리고 우리 민족이 정보화 선진국에 빠르게 진입한 것 또한 한글의 덕택임을 알아야 합니다.”

김 명예교수는 한글에 능통하면 세계 어느 말이라도 원음에 가까운 발음이 가능해 IT(정보통신)시대 음성인식 기술에 접목시켜도 호환성이 가장 좋은 문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글 관련 발명뿐만 아니라 그동안 70건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해 이 중 54건이 공식 등록됐다. 처음 10여건은 변리사 손을 거쳤지만, 이후 노하우를 터득해 직접 출원해 왔다. 많은 특허등록을 하다 보니 대학에서 그에게 산업재산권 관리업무를 의뢰하는가 하면 타 대학들의 특강 요청도 쇄도했다. ‘발명과 특허’에 대한 책도 펴냈다.

그는 2014년 중국의 헤이룽장성에서 우리 고유의 윳놀이를 그들의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등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후 틈틈이 한글윷놀이판을 제작해 주위에 나눠주고 그 원리를 설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민속놀이 대부분이 남녀 성별이나 어린이와 성인으로 구분돼 있으나, 윷놀이는 외국인까지 누구나 함께 어울려 쉽게 배울 수 있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한글 윳놀이를 즐기면서 과학적인 한글의 창제원리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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