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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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반짝 ……. ···’

‘빛’은 아무것도 섞이지 않는 순수한 상태일 때 가장 강하게 발산된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수십만 개를 일일이 붙여 만든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작품들이 관객을 반긴다.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대표 박소정)는 27일부터 6월 15일까지 ‘스펙터클 크리스털(Spectacle Crystal)’이란 주제를 내걸고 김종숙 기획전을 연다. 

김종숙은 동양의 고전 산수 이미지에 실크스크린, 에어브러시 기법 등을 활용한 밑그림을 그린 뒤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나 되는 스와로브스키 보석들을 핀셋으로 하나씩 붙여 작업하는 ‘크리스털 페인팅’ 작가다.

수 많은 보석을 이어 선이나 패턴, 형태들을 만들어 가는데, 그 과정은 지난하며 긴 시간과 정밀함을 필요로 한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인해 그 특유의 방식으로 바뀐 캔버스는 처음엔 화려한 표면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을 유혹하지만, 이내 재료 자체가 가진 지나치게 화려한 성질은 사라지고, 작품의 진정한 본질과 작가의 의도가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작가의 작업은 일종의 선(zen)이며, 이는 김종숙 회화에 본성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수년간 수백만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캔버스에 붙이는 과정 그 자체가 이미 작가에게는 명상이자 카타르시스인 것이다. 

서구의 시선으로 보면, 김종숙의 작업은 한국의 전통회화를 훌륭히 재해석해낸 것이지만, 더 나아가 보석이나 깨진 유리 등을 사용해 유사한 작업을 하고 있는 동시대 서구 예술가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예컨대, 앤디 워홀과 러셀 영의 ‘Diamond Dust’ 그림들이나 판화,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로 덮인 해골,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 미칼렌 토머스의 보석으로 장식된 그림들, 마릴린 먼로나 오드리 헵번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을 다이아몬드로 그려내고 이를 사진으로 찍은 브라질 작가 빅 뮤니츠의 작업들은 모두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2005년부터 끊임없이 진화해 온, 김종숙의 크리스털 보석 회화는 친숙한 주제로 관객들을 붙잡아 두면서도, 동시에 시각적 명상 상태에 이르게 한다.

작가는 나전공방을 운영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반짝이는 나전과 밑그림을 위해 쓰였던 동양 산수화를 보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성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작품 세계로 자연스럽게 소환되었다. 

스와로브스키 공식 후원을 받은 김종숙 작가의 작품은 스와로브스키 코리아 및 스와로브스키 오스트리아 본사에 소장되어있다. 이번 기획전은 색감이 절제된 화이트 모노톤의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27일 갤러리를 찾은 관객들은 ‘크리스털헤드’ 보드카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는 조선의 겸재 정선과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문인들이 창작을 위해 인왕산을 오르내리던 유서 깊은 길가에 자리하고 있다.

박소정 대표는 “김종숙 작가가 가장 즐겨 차용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진경산수의 배경이 되었던 수성동계곡이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며 “관람 후 작품의 배경이 된 수성동 계곡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고 귀띔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스펙터클 크리스털展’(Spectacle Crystal)- 김종숙 개인전

27일부터 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에서

동양 산수와 수십만 개 크리스털의 만남, 국내 유일 스와로브스키 공식 후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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