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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꿈을 좇는 건 바보…'공노비' 선택했다

입력 : 2016-04-09 21:37:22 수정 : 2016-04-10 11: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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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노비'보단 '공노비'가 낫죠"
공무원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공직의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등 높아진 채용 문턱으로 인해 공무원 시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일부 인문계 전공 대학생들은 학교에 등록만 해놓고 공무원학원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또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대신 공무원시험을 대비하는 고등학생도 있는데요. 주변의 다른 친구들이 누릴 대학생활의 낭만보다는 확실한 미래를 보장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주요 대기업 등 취업시장의 진입 문턱이 높아진데다, 일부 기업이 신입사원들에게까지 희망퇴직을 강요하자 '대학 간판'보다는 실리는 택하는 2030대 청년층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으로 올해 서울시 7·9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사상 두번째를 기록, 여전히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공무원시험 평균경쟁률이 87.6 대 1를 기록했다.

◆’바늘구멍’ 공무원시험 인기 매년 치솟는 까닭은?

'바늘구멍'에 비유될 만큼 좁은 채용문이지만, 공무원시험 인기가 매년 정점을 경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무원이 인기 있는 대표적인 이유는 △안정적인 수입 △정년 보장 △퇴직 이후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서울시 7급 공무원의 초봉은 남성이 평균 3200만원(3호봉·군대기간 포함), 여성은 2800만~2900만원(1호봉)이다. 9급은 2500만~2600만원, 여자는 2200만~2300만원이다. 물론 올해 대기업 신입직의 연봉(평균 3893만원)보다 낮지만, 공직이 더이상 박봉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또 최근 민간기업이 경기상황에 따라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공직은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게다가 안정적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후생복지제도와 처우도 지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얼마 전 공무원연금 개혁이 진행됐지만, '고용 절벽' 시대에 공무원은 여전히 안정된 직장이라 이같은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월 국가 공무원 9급 공채 접수 인원도 역대 최다였다는 소식에 온라인에서는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누리꾼 A씨는 "친구들 10명 중 7명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며 "한때 자신만의 꿈을 좇던 친구들도 결국 '이 땅에서 꿈 좇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면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대기업 취업은 힘들고, 중소기업의 근로 환경은 열악해 공무원 준비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기업, 직원을 인간이 아닌 기계로 취급

B씨는 "청년 구직자들의 눈이 높은 게 아니라 공기업·대기업 취업이 힘든 것"이라며 "눈을 낮춰서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열악한 환경에서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한 채 근무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공무원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C씨는 "국가에서 연금으로 노후를 보장해주는 '공노비'(공무원)가 낫다"며 "사기업은 직원을 인간이 아닌 기계로 취급, 부품이 돼버린다"고 전했다.

힘들게 취업해도 고용 안전성 보장이 안 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D씨는 "40대가 되면 잘릴 걱정하는 게 이 나라의 현실"이라며 "40대면 가정의 중심이 될 나이인데, 잘릴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밝혔다.

◆지방대 출신 30대 백수도 시험 성적만 좋으면 합격

나이와 학벌 등 스펙을 따지지 않고 공정한 시험 성적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E씨는 "공무원 시험만큼 공정한 게 없다. 나이 제한도 없고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가장 쉬운 것 같다"며 "공기업만 해도 학벌에, 면접은 또 뭐 그리 많은지…"라고 말 끝을 흐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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