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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매니저로… 골퍼 대디로… 쉼표없는 인생

입력 : 2016-04-08 20:51:57 수정 : 2016-04-08 20: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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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살 김태원과 운명적 만남
록밴드 ‘부활’ 만든 ‘낭만인’ 백강기
은퇴 후 보육원 골프단 창단
아들 프로골퍼로 키워 다시 매니저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열정의 삶
매니저 꿈꾸는 젊은이들에 본보기
백강기 지음/멘토프레스/1만5000원
나는 매니저다/백강기 지음/멘토프레스/1만5000원


“지금의 케이팝(K-Pop)은 한계 수준입니다. 공장에서 천편일률 찍어내듯 바쁘게 양산됩니다. 이제는 뮤지션 1인이 연주와 작사·작곡을 아우르는 올라운드 아티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섹시하고 뇌쇄적인 댄스음악으로는 계속 케이팝의 인기를 유지할 수 없어요.”

대한민국 대표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과 이승철을 키워내고 보육원골프단을 만든 ‘낭만인’ 백강기가 8일 기자와 만나 이 책을 낸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매니저와 사회운동가를 겸했다.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두 직업을 전전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케이팝은 곧바로 중국, 일본 등 여타 국가들에 따라잡힐 거요. 더욱 승화된 의미를 담은, 문학적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가사와 독창적 작곡이 절실합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획일화된 댄스음악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는 “일본의 전설적 록그룹 ‘라우드니스’가 빌보드에 진입하기까지 엄청난 국가적, 사회적 지원이 있었다”면서 “싸이 또한 이런 뒷받침만 된다면 빌보드 1위도 따놓은 당상”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뷰에서 저자 백강기의 음악 강의가 열띠게 이어졌다. 

저자 백강기는 이 책에서 진정한 메니저가 무엇인지 제시한다.
멘토프레스 제공
“윌리 딕슨은 ‘모든 음악의 뿌리는 블루스’라고 했어요. 맞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자연 발생한 ‘아리랑’ 음악은 서양 음악과는 다른 우리만의 ‘블루스 음악’입니다. 일본의 ‘엔카’ 또한 뿌리를 찾아보면 우리 음악에서 파생되었지요. 말하자면 ‘아리랑 블루스’의 한 장르입니다. 연원을 추적해보면 지금의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확산은 그리 급작스런 일만은 아니었어요.”

케이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엔터테이너 백강기는 고교 시절 록음악에 심취했다. ‘비틀스’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에 매료됐다. 비틀스는 매니저에 의해 전설적인 록그룹으로 빚어졌기 때문이다. 친여동생인 가수 민해경(백미경)이 활동하는 엔터테인먼트 ‘패밀리프로덕션’에 첫발을 내딛는다. ‘패밀리 프로덕션’은 왕년의 대스타를 양산했던 산실이다. 그러던 1986년 어느 날 홀연히 만난 스무 살 남짓의 김태원과 록그룹 ‘부활’을 만든다. 민해경의 도움을 밑천 삼아 1집 음반을 세상에 내놓았다. 앨범 뒷면에 ‘라우드니스’를 지옥으로 보내겠다고 썼다. ‘스콜피온스’의 미하엘 솅커를 들먹이며 김태원을 천재 기타리스트로 띄웠다. ‘레드 제플린’의 매니저 피터 그랜트가 30시간에 첫 녹음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총 1만시간의 연습 끝에 부활 1집을 완성한다. 김종서에 이어 만난 천재 보컬 김재기는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대단한 음악성을 지녔던 김재기는 ‘사랑할수록’ 한 곡만을 남겼지만, 지금도 팬들 가슴에 뚜렷히 남아있다.

세계적 골프 스타로 성장한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조카딸 ‘백세라’마저 1992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 단 2년 여 만에 골프 천재성을 보였던 세라였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가. 형님 백성기는 이후 목사의 길을 걷는다. 백강기는 아들 범이를 프로골퍼로 입문시켜 조카딸 세라의 ‘못다 핀 꽃’을 피워보기로 했다.

대한민국 대표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지금도 저자 백강기 메니저를 친형처럼 따르면서 교류하고 있다.
멘토프레스 제공
1999년 8월 1일 보육원 아이들 40명을 데리고 기상천외한 ‘보육원골프단’을 창단한다. 골프장에서 버린 골프용품을 트럭에 몽땅 싣고 와 충청보육원 앞마당에 훈련장을 만든다. 골프는 지름 4.27cm, 무게 45.93g의 작은 공을 지름 108mm 홀에 넣는 운동이다. 백강기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멘탈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충청보육원과 제주보육원을 거쳐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은 안양이었다. 2001년부터 11년간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골프일지에 기록한다. 벤 호건, 월터 헤이건, 보비 로크, 어니 엘스 등의 골프철학과 퍼팅훈련법 등을 아들에게 전수한다. 밤엔 주유소에서 일하고 낮엔 붕어빵을 팔아 아들을 프로골퍼로 만들었다.

매니저 백강기를 거쳐간 젊은 스타들이 즐비하다. 지금도 김태원, 이승철과는 막역한 사이다. 아들 역시 자신이 매니저가 되어 프로로 입문시켰다. 그래서 책 제목을 매니저로 지었다. 백강기는 날것 그대로의 투박한 문체로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훗날 매니저를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교과서이자 교본이 될 만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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