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부활’ 만든 ‘낭만인’ 백강기
은퇴 후 보육원 골프단 창단
아들 프로골퍼로 키워 다시 매니저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열정의 삶
매니저 꿈꾸는 젊은이들에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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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기 지음/멘토프레스/1만5000원 |
“지금의 케이팝(K-Pop)은 한계 수준입니다. 공장에서 천편일률 찍어내듯 바쁘게 양산됩니다. 이제는 뮤지션 1인이 연주와 작사·작곡을 아우르는 올라운드 아티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섹시하고 뇌쇄적인 댄스음악으로는 계속 케이팝의 인기를 유지할 수 없어요.”
대한민국 대표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과 이승철을 키워내고 보육원골프단을 만든 ‘낭만인’ 백강기가 8일 기자와 만나 이 책을 낸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매니저와 사회운동가를 겸했다.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두 직업을 전전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케이팝은 곧바로 중국, 일본 등 여타 국가들에 따라잡힐 거요. 더욱 승화된 의미를 담은, 문학적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가사와 독창적 작곡이 절실합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획일화된 댄스음악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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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강기는 이 책에서 진정한 메니저가 무엇인지 제시한다. 멘토프레스 제공 |
케이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엔터테이너 백강기는 고교 시절 록음악에 심취했다. ‘비틀스’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에 매료됐다. 비틀스는 매니저에 의해 전설적인 록그룹으로 빚어졌기 때문이다. 친여동생인 가수 민해경(백미경)이 활동하는 엔터테인먼트 ‘패밀리프로덕션’에 첫발을 내딛는다. ‘패밀리 프로덕션’은 왕년의 대스타를 양산했던 산실이다. 그러던 1986년 어느 날 홀연히 만난 스무 살 남짓의 김태원과 록그룹 ‘부활’을 만든다. 민해경의 도움을 밑천 삼아 1집 음반을 세상에 내놓았다. 앨범 뒷면에 ‘라우드니스’를 지옥으로 보내겠다고 썼다. ‘스콜피온스’의 미하엘 솅커를 들먹이며 김태원을 천재 기타리스트로 띄웠다. ‘레드 제플린’의 매니저 피터 그랜트가 30시간에 첫 녹음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총 1만시간의 연습 끝에 부활 1집을 완성한다. 김종서에 이어 만난 천재 보컬 김재기는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대단한 음악성을 지녔던 김재기는 ‘사랑할수록’ 한 곡만을 남겼지만, 지금도 팬들 가슴에 뚜렷히 남아있다.
세계적 골프 스타로 성장한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조카딸 ‘백세라’마저 1992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 단 2년 여 만에 골프 천재성을 보였던 세라였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가. 형님 백성기는 이후 목사의 길을 걷는다. 백강기는 아들 범이를 프로골퍼로 입문시켜 조카딸 세라의 ‘못다 핀 꽃’을 피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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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지금도 저자 백강기 메니저를 친형처럼 따르면서 교류하고 있다. 멘토프레스 제공 |
매니저 백강기를 거쳐간 젊은 스타들이 즐비하다. 지금도 김태원, 이승철과는 막역한 사이다. 아들 역시 자신이 매니저가 되어 프로로 입문시켰다. 그래서 책 제목을 매니저로 지었다. 백강기는 날것 그대로의 투박한 문체로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훗날 매니저를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교과서이자 교본이 될 만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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